뉴노멀된 철강 관세 ‘50%’…내년 타격 불가피
미·EU 규제 동시↑…대미 관세부담 4천억원
수출 4년만 최대 감소…내년 2.3% 역성장
2025-11-18 14:39:56 2025-11-18 14:39:56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미 양국이 관세·안보 협상 내용을 문서화한 ‘팩트시트’를 확정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한숨을 돌렸지만, 국내 철강업계가 기대했던 ‘50% 관세’ 인하는 끝내 불발됐습니다. 고관세 여파로 대미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유럽연합(EU)까지 저율할당관세(TRQ) 도입을 예고하며 내년 한국 철강 수출 타격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산업통상부는 18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철강·화학·배터리 등 주요 업종 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합동 무역장벽 대응 강화 간담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 ‘한국판 NTE(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적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확산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철강 분야는 협상 막판까지 관세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이어졌지만, 결국 50% 관세 유지로 확정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을 ‘안보 핵심 품목’으로 분류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대상으로 묶어둔 데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미국은 올해 초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6월에는 철강 관세율을 50%까지 상향했습니다. 현재 철강을 포함한 407개 품목에 개별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약 700개 추가 품목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미 수출 감소는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10월 철강 수출량은 218만9000톤(t)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3% 감소해,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 9월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습니다. 미국향 철강 수출은 관세율이 25%였던 3~6월 월 20만t 수준이었지만, 50% 관세가 적용된 7월부터는 10만t대로 급감해 현재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업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포스코·현대제철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12월까지 두 회사가 납부했거나 납부 예정인 대미 관세액은 약 2억8100만달러(약 4000억원)에 달합니다. 양사 2분기 영업이익과 맞먹는 규모입니다.
 
유럽 시장에서도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EU는 기존 세이프가드를 대체하는 새로운 TRQ 제도 도입을 예고했는데, 수입 쿼터를 47% 축소하고 쿼터 초과 물량의 관세율을 25%에서 50%로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국 철강 수출의 양대 축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체 수출국 확보도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중동에서는 중국산이 한국·베트남산에 대한 반덤핑 부담을 피해 공격적인 수출 공세를 펼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도 최근 한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해, 조사 결과에 따라 일본향 수출 감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2026년 수출 전망 조사’에서도 철강은 관세 등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2.3% 역성장이 예상됐습니다. 공문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당분간 50% 고관세는 유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과 경쟁하기보다 올해 9%대의 수요 증가세를 이어가 세계 철강 시장의 유일한 성장 축을 보인 인도 등으로 수출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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