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한·미 간 통상 협의로 자동차 관세율이 기존 25%에서 15%로 낮아진 비율이 이달 1일부터 소급 적용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7개월 가까이 수조원에 달하는 관세 비용을 치렀던 현대차·기아의 수출 부담이 한층 낮아질 전망입니다. 관세 인하로 북미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 회복은 물론, 4분기(10~12월) 이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 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 통상 당국은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을 이달 1일부터 소급 적용하는 데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정부의 ‘한국의 대미 투자 펀드 기금 조성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시점과 맞물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대통령실 등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내로 관세·안보 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날짜를 예단하지 않지만, 거의 마지막에 왔다고 보고 있다”며 “(한미 공동 팩트시트는) 최종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일본 도요타(관세 부담 약 6조2000억원), 독일 폭스바겐(4조6000억원)에 비해 높은 수준의 관세를 납부해온 현대차·기아의 부담이 크게 완화될 전망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기존 25% 관세가 유지될 경우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부담액이 8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관세가 15%로 인하되면 약 5조3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관세율 인하만으로도 연간 3조1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셈입니다.
고율 관세의 충격은 이미 3분기 실적에서 확인됐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7~9월 기간 동안 각각 1조8000억원, 1조2000억원 등 총 3조원 규모의 관세 비용을 치렀습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하루 약 322억원, 한 달이면 약 1조원가량의 손실을 본 셈입니다. 이 때문에 두 회사 모두 3분기에 북미 판매 성장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하락한 영업이익을 거뒀습니다.
이번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면 이 같은 부담은 단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특히 이번 조치로 한국산 자동차는 북미 시장에서 가격 조정 여력이 생기고, 물류와 운송비 부담도 줄어드는 등 수출 구조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팩트시트가 발표되면 북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회복할 수 있고, 전기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차종의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상황들이 환율 안정세와도 맞물리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내년부터는 미국 시장에서 차츰 점유율 확대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업계는 관세 인하 효과가 당장 실적에 반영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11월1일자로 소급해 적용하더라도 이미 재고분에는 25% 관세가 반영돼 있다”며 “4분기 관세 부담은 3분기와 큰 차이가 없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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