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롯데카드가 M&A(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4년째 표류 중입니다. 올 들어 홈플러스 사태에 이어 해킹 사고까지 악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시장의 눈높이에 맞게 몸값을 낮추지 않는다면 매각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매각 추진 의사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지난 24일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통신·금융 해킹 사태' 청문회에서 "올해도 롯데카드를 매각할 과정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바 있습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UBS를 주관사로 선정하며 매각 작업에 착수했지만, 인수 후보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롯데카드 297만명 규모의 해킹 사태로 매각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관련 조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 추가 피해가 드러날 수 있는데요. 롯데카드 회원 이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피해 고객 가운데 15만명 이상이 카드를 정지하거나 해지했고, 약 1만5000명이 탈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해킹 피해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도 있습니다. 이날 기준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 회원 수는 이미 1만명을 넘어섰으며, 카페 운영진은 법무법인 도울과 함께 피해 사례를 모으고 있습니다. 과거 2019년 개인정보 유출 사태 때 롯데카드가 패소한 전례가 있어, 이번 소송 역시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만약 위자료 지급이 현실화되면 롯데카드 실적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피해 보상 규모, 과징금 규모, 영업정지 여부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습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고객 이탈과 신뢰도 하락이 시장 지위와 영업 기반에 미칠 파급 효과, 수익성 변화, 내부통제와 정보보안 강화 수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롯데카드는 이번 사태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롯데카드는 지난 3월에도 홈플러스 법인카드 대금과 팩토링 대출에서만 1500억원 규모 부실이 발생했습니다. 이 중 홈플러스 구매 카드대금에 대해선 아직 충당금을 미적립한 상황입니다. 거액 부실 발생이 재무에 미치는 부담이 반영되지 않아 하반기 충격은 더욱 가중될 전망입니다.
현재 롯데카드 매각가는 2022년 약 3조원대에서 2조원대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매각가가 1조원대까지 내려가지 않는 이상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인하로 신용카드 라이센스가 애초에 매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 악재까지 계속 터지니 인수자가 나타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융당국의 감독 범위로 들어오고 싶은 기업은 적을 것"이라며 "가격이 낮아지지 않으면 매각은 오래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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