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김성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으로 전 세계의 시선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쏠리고 있습니다. 미·중,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 예고됨에 따라 미국발 무역전쟁 속 각축전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더불어 북·미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이번 정상회의의 '마지막 퍼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9년 6월30일 판문점 남측 지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당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노동신문·뉴시스)
트럼프, 재집권 후 중국 첫 대면
25일 대통령실과 외신 등에 따르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과 만나 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개최에 힘을 실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부터 시 주석까지 참석 의사를 타진하며 경주 APEC 정상회의는 '초대형 외교 이벤트'의 장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통화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양측 모두 APEC에서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며 미·중 만남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로렌스 윙 싱가포르 총리, 라이칭더 대만 총통,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의 참석이 예상됩니다. 각국 정상이 모이는 만큼 전 세계 외교안보 화약고가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전망입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미·중 정상의 만남입니다. 이번에 양측의 만남이 성사되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중 첫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이뤄지는 셈입니다.
유엔총회 기간 미·중 간 협상 시그널이 오가고 있습니다. 중국은 '개발도상국 혜택' 포기 의사를 밝히며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위한 포석을 깔았습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기준 개도국으로 묶여 보조금, 관세 등의 혜택을 받아왔습니다. 이를 '반칙'이라고 지적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개도국 지위 자체는 유지하며 실익을 잡겠다는 것이 중국 의도로 분석됩니다.
앞서 미·중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에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라고 요구해왔습니다.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며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반발해온 중국이 최근 틱톡 매각을 양보하면서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다만 상호관세율을 비롯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희토류 등 경제 패권을 둘러싼 양국의 신경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중국해 영유권과 대만 문제 등 지정학적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깜짝 판문점 회동' 땐 지각변동
초대형 외교 이벤트의 장이 될 경주 APEC 정상회의의 마지막 퍼즐 하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될 전망입니다. 김 위원장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2019년 6월30일 당시처럼 판문점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을 성사시킨다면, 전 세계 외교·안보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합니다.
북·미 사이의 대화 분위기 자체는 조성이 된 모습입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만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언급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오는 27~30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데요.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행사에 시 주석을 초청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시 주석이 방북이 성사되면 APEC 정상회의를 20여일 앞둔 시점인데요.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 시점 및 의제를 중국에 공유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제만 아니면 만날 수 있다는 '조건부 만남'을 내세우면서 개인 친분도 숨김없이 공개한 것을 고려할 때 북·미 회동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남 자체로도 상징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1시간가량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집권 1기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핵화'를 언급했던 것과 대조됩니다. 이는 북·미 대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신중론'을 펼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북·미 대화 조성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극도로 꺼린다는 겁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어가 있는 것"이라며 "미국의 대외정책을 고려할 때 핵보유국을 바로 인정해줄 수는 없지만, 외부 세계의 위협을 줄이는 방식의 협상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페이스 메이커'론을 펼치고 있는 이재명정부도 비핵화를 장기 목표로 두고 우선은 핵 개발의 동결·중단을 촉구하는 모양새입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언론 간담회에서 "(남북이) 사실상의 두 국가, 이미 두 국가, 국제법적 두 국가"라며 "현실적, 실용적 관점이고 유연하게 남북 관계를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인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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