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두둔한 정청래…개딸 눈치전에 당 '두 쪽'
추미애, 지도부 패싱 '조희대 청문회' 강행
정청래 "대통령도 갈아치워"…사법부 압박
당심만 본다…지방선거 노린 강경 드라이브
2025-09-24 18:07:25 2025-09-24 19:05:56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사법부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 갈등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에 속도 조절을 시사한 원내지도부와 달리, 강경파 의원들이 지도부를 패싱한 채 청문회를 열기로 하는 등 사법부 죄기에 거침없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이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대수롭지 않다는 식의 발언으로 강경파 의원들을 두둔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의 '사법부 때리기' 이면엔 내년 6·3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강성 지지층 '개딸'(개혁의 딸)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경파 손 들어준 정청래…내부선 우려
 
정 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청문회는 제가 법사위원장이었던 5월7일 조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채택했고, 5월14일 청문회가 실시된 바 있다"며 "당시 조희대 등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했기 때문에 다시 청문회를 여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주도로 조 대법원장 청문회 시행이 의결된 것과 관련해 당 지도부와 법사위가 갈등을 빚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를 들며 "'과도한 공세를 자제하라'는 말을 한 적 없다"며 "제가 이야기한 것은 일정을 공유하자는 차원이지 조희대에 대한 공세를 하지 말라던가, 늦추자던가 하는 차원이 아니"라고 못 박았습니다. 
 
정 대표는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며 조 대법원장을 향한 사퇴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지도부와 논의 없이 청문회를 추진한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두둔한 것으로도 읽힙니다. 
 
추 위원장을 비롯한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오는 30일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개최를 의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원내지도부가 사전 보고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며 내부 갈등에 다시 불이 지펴졌습니다. 
 
정 대표가 지도부와 법사위원 간 갈등 진화를 위해 연이어 사법부 수장인 조 대법원장을 때리며 맹공에 나선 것을 두고 내부에서는 우려가 큽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 대표가) 지지자들의 여론을 보고 방향을 정한 것 같다"며 "반면 원내지도부는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이 불출석하면 청문회는 공방만 하다가 끝날 텐데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나경원 등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사위 정쟁 뒤에는 '지선 전초전'
 
강경파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의 본격적인 사법부 압박 시작은 내란전담재판부입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씨 구속 취소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을 규탄하며, 내란 재판을 맡은 지귀연 재판부' 교체를 외쳤습니다.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나온 것이 내란전담재판부입니다. 
 
다만 '재판부 독립성 침해'라는 위헌 논란이 있는 만큼 사법부의 반응을 살피며 내란전담재판부 카드를 언제 꺼낼지 고심하고 있었는데요. 서영교·부승찬 민주당 의원이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을 제기하며 상황은 빠르게 전개됐습니다. 해당 의혹은 윤씨의 대통령직 파면 이후 조 대법원장이 한 전 총리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재판에 대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사법부의 '대선 개입설'로 옮겨붙었고, 조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한 청문회 개최와 사퇴, 탄핵 발언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법사위 소속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전날 KBS 1라디오 '전격시사'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하지 않는다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수단은 당연히 탄핵"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법원장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면 탄핵을 해야 된다"며 "탄핵 마일리지를 쌓아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강경파 의원들의 사법부 공세를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위한 포석으로 보고 있습니다. 개딸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강공을 펼치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실제 법사위에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매번 충돌하는 추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후보로, 조희대·한덕수 회동설을 꺼낸 서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반면 지선 출마와의 거리가 먼 의원이나 지도부는 여론을 의식하며 신중론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이처럼 당내에서 정리되지 않은 노선은 자칫 이재명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퍼지고 있습니다. 앞서 검찰 분리로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 관할 부처를 두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정 대표와의 불협화음이 흘러나왔고, '3대 특검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정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얼굴을 붉힌 바 있죠. 
 
강경파와 온건파가 건건이 부딪히며 내홍이 벌어진 셈입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당내 전선이 너무 다각화돼 있다"며 "이는 향후 다 부담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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