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 새 국내 방산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유럽은 물론이고 중동, 동남아, 남미 등 전 세계가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 방산 제품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 같은 수출에 힘입어 'K-방산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제 방산 수출 4대 강국은 꿈이 아닌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 지금 방산 수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현대로템(064350),
LIG넥스원(079550),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등 대형 체계종합 업체들이 이끌고 있다. 물론 이들 기업의 성공은 군과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등 정부 기관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불안정한 중동 정세 등이 가속 페달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완제품 수출만으로는 K-방산의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는 2028년쯤이면 현재의 완제품 무기체계 시장 확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가 지속 가능한 K-방산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여러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한 방산 생태계 구축이다. 체계종합 업체가 수출하는 제품의 소재·부품·장비 등을 다루는 방산 중소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 이들을 '글로벌 벨류체인'(GVC)에 진입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완제품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시장을 열었다면 이제 그 수출의 결실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로 이어져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준희 방산중소벤처기업협회장은 현재의 국내 방산 생태계를 '던져주는 닭고기만 먹고 사는 사자와 호랑이만 존재하는 동물원 같다'고 비판했다. 동물원의 호랑이와 사자로는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존재하는 정글과 같은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원 회장은 지속 가능한 K-방산을 위해서는 성장 엔진을 하나 더 달아야 하고, 그 성장 동력은 글로벌 방산 중소벤처기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위 사업의 투명성, 효율성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지난 2006년 1월1일 방위사업청이 개청한 지 20년이 다 됐다. 지난 20년간 방사청은 개청 당시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노력해왔고 그 성과로 오늘의 K-방산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20년 전과 오늘의 현실은 완전히 달라졌다. 방사청 개청 직전인 2005년 우리나라 방산 수출액은 2억5000만달러 수준이었지만 방산 수출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 2022년에는 173억달러로 70배 가까이 늘었다. 주로 국내 사업을 통해 연 매출 5000억~6000억원을 올리던 수준의 방산 기업들은 수출에 힘입어 2조~3조원의 매출을 훌쩍 넘기고 있다.
기존 방사청이 해오던 '국내 사업' 중심의 역할이 이제 '수출산업' 중심으로 옮겨 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속 가능한 K-방산을 위해, K-방산이 저성장 늪에서 탈출할 강력한 성장 축으로 작동하기 위해 '사업'이 아닌 '산업'을 중심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조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이유에서 '방위산업청'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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