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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6일 18: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실손의료보험이 또 한 번 개편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5세대 실손보험’ 상품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실손보험은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지속되면서 매년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이번 개편이 치솟은 손해율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IB토마토>는 현행 실손보험의 구조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새로 추진되는 5세대 상품의 설계 방향과 해결해야 할 과제, 나아가 보험사 재무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5세대 실손의료보험은 궁극적으로 과도한 보험금 청구를 억제해 손해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는 보험손익에서 ‘예실차’ 손실 축소와 ‘손실부담계약관련비용’ 완화로 이어진다. 계약 전환까지 중·장기적 기간이 필요하나, 두 요인이 개선되면 보험손익 변동성이 낮아지고 성장성이 크게 제고된다.
부진한 보험손익, 예실차 손실 탓…실손보험 개편 핵심
예실차는 보험손익 성장을 방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계약에서는 보험계약마진(CSM)이 발생하는데, 여기서 일부분을 상각하면 보험손익이 된다. 그런데 예실차가 마이너스 금액으로 나타나면 그만큼 CSM 상각 이익이 상쇄되고 결과적으로 보험손익이 줄어들게 된다.
보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손해보험 업계의 예실차 규모는 ▲2023년 상반기 2100억원 ▲2023년 하반기 –900억원 ▲2024년 상반기 –900억원 ▲2024년 하반기 –7700억원 ▲2025년 상반기 –5300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손해보험사 보험손익이 3조79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3%(1조9796억원) 줄어들었는데 예실차 영향이 특히 컸다. CSM 상각 이익이 감소한 부분도 있지만 예실차 손실이 확대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내부 경험통계 등을 바탕으로 미리 예상해 둔 보험금과 실제로 빠져나간 보험금의 차이를 반영하는 계정이다. 특정한 비급여 항목에서 과잉진료가 발생하거나 독감과 같은 계절적 질병 확산 등의 이유로 보험금 청구가 증가하면 예실차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실손보험은 지난 3년 평균 손익이 –1조7091억원으로 매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율 하락이 예실차와 보험손익 개선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존 3세대~4세대 가입자가 순차적으로 5세대 상품으로 전환되면 손해율 개선세가 점진적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실손보험 적자를 초래하던 구조가 완화세로 전환되는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예실차 축소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손실부담계약 비용 완화에 CSM 증가까지 기대
예실차와 함께 보험손익에서 차감 항목으로 작용하는 ‘손실부담계약관련비용’도 완화될 수 있다. 손실부담계약은 CSM이 발생하지 않는 계약이다. 특정한 보험계약의 수익성이 장래 손실로 예상되면 이를 현가화하여 당기에 비용으로 반영하는데, 그 계정이 손실부담계약관련비용이다.
손해보험사의 손실부담계약관련비용 규모는 ▲2023년 상반기 –3800억원 ▲2023년 하반기 –7100억원 ▲2024년 상반기 1600억원 ▲2024년 하반기 –8300억원 ▲2025년 상반기 –1400억원 등으로 나온다.
손실부담계약은 실손보험 중에서도 특히 3세대~4세대 계약과 연관된다. 일반적으로 앞선 1세대~2세대는 번들형(담보 묶음형) 상품이라 CSM이 존재했는데, 3세대~4세대는 단독형으로 판매돼 CSM이 없다. 3세대~4세대 상품 손해율이 100%를 넘어가는 이유다.
신용평가사 한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손실부담계약은 이미 손실이 나고 있는 계약 관련해서 환입이 발생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비용이 줄어드는 구조”라며 “손해율 높은 기존 계약이 5세대 상품으로 바뀌면, 손실 계약에서 이익 계약으로 전환되거나 혹은 손실 계약에서 손실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손해율 개선 효과가 높아 손실 계약이 이익 계약으로 바뀐다면 자본비율인 K-ICS 지표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보험부채 가운데 최선추정부채(BEL)가 감소하고 CSM이 커질 수 있어서다.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설정한 손해율 개선 목표 달성 여부가 관건"이라며 "일단 CSM이 발생하려면 이익 계약이 돼야 하는데, 보험료 측정과 상품에 따라 달라질 것"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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