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국민은 재판·기소·수사를 제대로 해서 생명·재산·인권·민생의 법치가 잘되길 원한다. 법대로 살면 되는 사회를 요구하는 것이다.
법원 재판·검찰 기소·경찰 수사가 국민 눈높이와 국격에 맞도록 과거와 지금을 통렬히 비판하고, 아프더라도 크게 고쳐야 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가장 심각한 문제였지만, 사법부의 정치적 종속 및 정치화라는 제도적 문제의 혁파가 무엇보다 근원적 과제다.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법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의 전통을 잘 지켜온 미국의 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신생 독립국가로서 보기 드문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전쟁 통에도 인권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 역할을 했고,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헌정의 중심을 잡아준 인물로도 평가받고 있다. 국회를 존중하여 대법원장의 취임·퇴임사를 국회의장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취하며, 민의와 함께 하는 민주주의의 한 축으로서 사법권의 신뢰와 위용을 과시하기도 했다.
제2공화국 출범 후, 1960년 11월29일 제4차 개헌을 통해 혁명재판소와 혁명검찰부를 설치하여 혁명재판을 진행했던 것은 대법원이 4·19 혁명의 국민저항권을 심판의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5·16 군사쿠데타는 모든 사법 작용의 근원이자 최종 종착지인 사법부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군사쿠데타 직후 제정된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은 제2공화국 헌법의 실질적 폐기이자 대체였다. 국회와 정부를 모두 봉쇄하고 정권 장악자들에게 삼권이 통합된 대한민국 최고 통치기관을 부여했다. 대법원 판사도 최고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헌법재판소에 관한 규정은 그 효력을 정지시켜버렸다. 그 후 친위쿠데타와 장기집권 및 독재를 거듭하면서 한국 사법부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한때는 나쁜 정치의 세탁소로까지 전락하기도 했다.
사법권의 독립은 사법 기득권을 감싸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재판을 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일 뿐이다. 오히려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 권한이 사법부의 내적·인적·물적 독립을 심하게 훼손해왔고, 법원 행정 또한 법률과 양심에 따른 재판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사법 정의를 위한 사법부의 과거 청산은 국회 입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고, 국민의 정치적 결단을 포함한 개헌까지 할 때야 겨우 가능해질 것이다. 사법 정상화는 국민 일상의 정상화와 직결되기에 너무나 중차대한 국민적 국가 과제이다.
사법 개혁은 수사·기소·재판으로 이어지는 총체적 사법 작용이 제대로 작동해 정의가 제대로 구현되는 것을 뜻한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안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 (사진=뉴시스)
진정한 법치사회는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잘사는 사회다. ‘법대로 하자’ 하면 주저할 것 없이 합리적이고 공정함이 연상되어야 한다. 국민의 법 생활에서 재판은 막상 최종적이다. 경찰과 검찰의 법 집행이 더 체감되는 사법 개혁의 영역이다.
검찰의 기소는 수많은 범죄행위에 대하여 재판 대상인가를 결정하는 재판의 개시이기에 우수한 정부 대리인, 검사가 필요하다. 검사들은 ‘기소’야말로 어느 누구도 근접하지 못하는 고도의 법 지식과 정교한 상황 판단 능력이 요구되는 직역임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사법 정의는 기소와 재판에서 결판나지만, 수사가 시작되어야만 진행되는 사법 작용의 산물이다. 제대로 수사를 하는 경찰이야말로 국민의 일상을 같이 시작한다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제80주년 경찰의 날, 대통령의 축사 맨 마지막, “경찰이 이 나라의 주춧돌입니다”라는 표현에는 국민이 원하는 사법 개혁과 국민 일상에서의 경찰 위상을 잘 웅변하고 있다.
요컨대, 수사·기소·재판으로 이어지는 총체적 사법 작용이 제대로 작동될 때 사법 개혁은 완성되고, 비로소 국민의 일상과 한국 사회가 정상화되는 것이다.
박상철 (사)미국헌법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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