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실손개편)③가입자 전환 없인 실효성 '공회전'
실손 보유계약 매년 0.5% 증가…신규 가입 여력 부족
5세대 전환 유인 필요…"보험료 할인 혜택 어려울 것"
2025-11-10 06:00:00 2025-11-1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11월 6일 10:0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실손의료보험이 또 한 번 개편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5세대 실손보험’ 상품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현행 실손보험은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일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지속되면서 매년 대규모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이번 개편이 치솟은 손해율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IB토마토>는 현행 실손보험의 구조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새로 추진되는 5세대 상품의 설계 방향과 해결해야 할 과제, 나아가 보험사 재무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5세대 실손의료보험 상품을 출시해도 가입자 확보는 또 다른 문제로 꼽힌다. 보험 대상자 대부분이 이미 기존 상품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신규 여력 자체가 적은 상황이다. 기존 가입자를 5세대로 전환하는 것이 과제이지만 그럴만한 유인은 부족하다.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학계 등의 공동 협의와 대응 마련이 요구된다.
 
보유계약 증가율 0.5% 불과…신규 가입 여력 낮아
 
6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합산 실손보험 계약은 총 3596만건으로 2023년 3579만건 대비 17만건 늘었다. 증감률로 따지면 0.47% 정도다. 2023년에는 그 전년도인 2022년 대비 0.39%(14만건) 증가였다. 5세대 상품이 시장에 나와도 보험사가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매우 적은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고령자는 실손보험 가입에 제한 요소가 더 많기 때문에 젊은 연령층이 핵심적인 유입 대상이다. 보험연구원이 시행한 소비자 행태조사에 의하면 실손보험 연령별 가입률은 2023년 기준 ▲20대 이하 76.1% ▲30대 87.8% ▲40대 88.2% ▲50대 77.9% ▲60대 67.2% 등으로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실손보험 미가입 사유를 보면 ▲20대 이하는 보상범위 등 상품에 대한 이해 ▲30대는 소득 부족으로 인한 가입 여력 제한 ▲40대는 필요성 자체가 낮다는 인식 ▲50대~60대는 보장 대비 보험료가 너무 비쌈 등이 있다. 가장 중요한 잠재적 고객인 10대~30대가 실손보험에 대한 인식도, 구매력 모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업 현장에서의 판매 양상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는데, 5세대 신규 상품이 나오기 전 4세대 상품에 대한 절판 마케팅이 활개를 칠 수 있다. 절판 마케팅은 어떠한 보험 상품이 향후 판매 불가하거나 혹은 조건이 바뀌게 된다는 식으로 소비자 심리를 자극해 영업하는 전략이다. 앞서 4세대 상품이 나오기 직전에는 3세대 상품에 대한 절판 마케팅이 흥했던 바 있다.
 
현행 4세대 상품이 출시됐을 때도 초기 가입률이 높지 않았는데, 5세대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관측된다. 4세대 상품의 경우 전체 보유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당시 1.5%에 불과했으며, 2022년에는 5.8%였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실손보험은 이미 대부분의 국민이 가입을 한 상태이고 신규 유입이 많을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도 아니다”라면서 “현행 4세대 상품이 나왔을 때도 신규 가입이 많지는 않았다. 전체 실손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상태로 지속됐다”라고 밝혔다.
 
4세대 비중 매년 4.4%p 상승…5세대 유인책 '부족'
 
실손보험 개편 효과를 위해서는 신규 판매보다도 기존 보유계약의 5세대 전환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세대별 보유계약 현황(유병력자·노후실손 제외)은 ▲2세대 43.2%(1552만건) ▲3세대 22.3%(804만건) ▲1세대 17.8%(638만건) ▲4세대 14.6%(525만건) 등으로 확인된다.
 
 
최근 4년간 보유계약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2세대는 매년 평균 2%p씩 떨어졌다. 3세대는 -0.8%p, 1세대는 -1.4%p로 계산된다. 반면 4세대는 4.4%p씩 상승했다. 2세대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4세대는 비중이 빠르게 커졌으나 전체 내 영향력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앞선 세대 모든 상품이 전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약관변경(재가입) 조건이 있는 상품만 가능한데 후기 2세대, 3세대, 4세대가 여기에 해당하며 합계 보유계약은 약 2000만건이다.
 
전환이 불가한 1세대와 초기 2세대 약 1600만건은 보험사가 재매입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가입자에게 보상하고 해당 계약을 해지한 뒤 다시 5세대 상품으로 신규 가입하는 방식이다.
 
1세대와 2세대 상품에 대해서는 특별히 ‘선택형 특약’도 논의 중이다. 이는 가입자가 선택적으로 보장 항목을 제외하면 보험료를 경감시켜주는 제도다. 항목 대상은 도수치료나 비급여 주사료 등으로 예상되며, 보험료가 20%~30% 낮아질 수 있다.
 
전환 가능한 계약에 대해서는 어떤 유인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서 4세대 상품 출시 당시에는 보험료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4세대 상품으로 바꾸면 보험료를 1년 동안 반값 할인해 주는 방식인데, 전환율 효과는 부족했다.
 
보험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IB토마토>에 “5세대는 앞선 4세대처럼 보험료 할인 방식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할인한 만큼 보험사가 자체 사업비로 충당해야 해서 부담이 따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판매한 것에 대한 소급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결국 가입자가 자발적으로 해동하는 수밖에 없다”라며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면 연말쯤에는 좀 더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덧붙였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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