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알래스카의 연어 강이 주황색으로 변색"
영구동토층 붕괴가 일으킨 '자연 발산 광산 오염'
북극의 강을 물들이는 기후 재난
2025-09-22 09:40:26 2025-09-22 14:03:54
알래스카 브룩스 산맥에서 혼탁한 물을 조사 중인 연구원. (사진=Taylor Rhoades, 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알래스카 북부 브룩스 산맥 일대. 수십 년 전만 해도 맑아 직접 떠마실 수 있던 연어 강들이 지금은 탁하고 녹슨 듯한 주황빛으로 변해서 흐르고 있습니다. 지표면 아래 수천 년간 얼어 있던 영구동토층(permafrost)이 지구온난화로 녹으면서, 지하에 갇혀 있던 황화광물과 중금속이 강으로 흘러드는 전례 없는 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팀 라이언스(Tim Lyons) 교수는 “겉으로는 산성 광산 배수(acid mine drainage)와 흡사하지만 이곳에는 광산이 전혀 없다”라며 “동토층 해빙이 지질 화학을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9월8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습니다. 
 
황화광물의 산화가 부르는 ‘자연산’ 산성수
 
과학자들이 밝힌 오염 메커니즘은 이렇습니다. 동토층이 녹으면서 지하로 물과 산소가 스며듭니다. 이때 황철석(pyrite) 같은 황화광물(sulfide-rich rock)이 산화돼 황산을 생성하고, 주변 암석 속 철·카드뮴·알루미늄 등의 금속이 강으로 용출됩니다. 
 
그런데 이들 중금속이 문제입니다. 철(Fe) 성분은 강을 탁하게 만들어 햇빛 투과를 막고 하천 저생물의 서식지를 덮게 됩니다. 카드뮴(Cd)은 연어 등 어류의 장기에 축적돼 이를 먹는 곰·새까지 생태계 먹이망 전반에 위협을 줍니다. 조사 결과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수생생물 독성 기준치를 초과하는 금속 농도가 이미 여러 지점에서 확인됐습니다. 
 
2020년 9월6일, 유량이 장기적 중간값보다 훨씬 낮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점의 연어 강 본류 (A) 알래스카 북서부 코북 밸리 국립공원 내 살몬 강 유역의 음영 지형도 (B) 각 지류 하구 채취 지점. (사진=Ray Koleser, PNAS)
 
먹이망 전체로 번지는 충격
 
이 변화를 처음 눈으로 확인한 것은 알래스카대의 생태학자 패디 설리번(Paddy Sullivan) 박사였습니다. 지난 2019년 현장을 찾은 그는 조종사로부터 “눈 녹은 뒤에도 강물이 하수처럼 뿌옇다”는 경고를 듣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간접적·연쇄적 피해입니다. 연어와 회색송어, 돌리바든송어 등은 자갈 사이에서 산란하는데, 미세한 금속 침전물이 자갈을 메워 부화를 어렵게 만듭니다. 곤충 유충이 질식하면 어류 먹이사슬이 붕괴할 수 있습니다. 곰, 수달, 독수리 등 연어를 먹고 사는 대형 포식자에게도 파급될 가능성이 큽니다. 
 
세계 많은 나라에서 폐광산 오염수는 상당히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켜 그 처리를 둘러싼 분쟁과 환경 당국의 고민이 깊습니다. 그런데 알래스카에서 나타난 문제는 ‘되돌릴 수 없는’ 자연발 오염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채굴지라면 방지댐이나 중화제를 투입할 수 있지만, 브룩스 산맥처럼 인적 드문 북극권 강에는 그런 인프라가 없습니다. 라이언스 교수는 “이 과정은 시작되면 멈출 방법이 없다”며 “동토층이 회복되지 않는 한 화학 반응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지 강 하나의 문제가 아니며, 연구진은 알래스카 전역과 캐나다·러시아 등 북극권의 수십 개 유역에서 이미 유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원주민과 지구가 함께 받는 기후위기의 충격
 
알래스카 원주민에게 연어는 삶이자 문화입니다. 아직까지 식용 어류의 금속 농도가 인체 위해 수준은 아니지만, 연어 개체수 감소와 산란 실패는 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손대지 않은 자연조차 지구온난화의 지문을 피할 수 없다”는 라이언스 교수의 말은 이를 압축해서 표현합니다. 
 
브룩스 산맥에서 시작된 이 주황색 경고등은 기후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재차 보여줍니다. 온실가스 감축과 북극권 모니터링 강화 없이는 이미 흐르기 시작한 영구동토의 녹아내림과 ‘주황색 강’의 확산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영구동토층이 녹기 전의 연어 강 모습. (사진=Patrick Sullivan/University of Alaska)
 
DOI: https://doi.org/10.1073/pnas.2425644122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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