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녹색 혈당 곡선이 훨씬 건강에 좋다.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는 것은 균형에 다가가는 길이다. (사진=ChatGPT 생성)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은 정상으로 나왔지만 당뇨 관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연속혈당측정(CGM) 장비를 사용했다가 놀라게 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식후 1~2시간 혈당이 200mg/dL을 넘나드는 ‘식후 고혈당’을 확인할 때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평소 식사는 단출하지만 바쁜 아침에는 커피와 단 과자, 점심에는 면류와 빵을 자주 먹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습관이 혈당 스파이크를 반복해 췌장과 혈관을 서서히 해친다고 경고합니다.
정제된 탄수화물과 당류를 한꺼번에 섭취
아침 식사로 잼을 바른 흰 빵과 주스 또는 시럽이 들어간 커피를 마시는 것, 점심으로 라면과 김밥을 함께 먹는 것이 대표 사례입니다. 흰 쌀, 흰 밀가루 등 정제된 탄수화물은 식이섬유가 거의 없어 소화 흡수가 매우 빠릅니다. 이로 인해 혈액 내 포도당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혈당 스파이크가 발생합니다. 과일 주스나 시럽이 들어간 음료는 설탕과 액상과당을 다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 단순당은 복잡한 분해 과정 없이 곧바로 소장에 흡수되어 혈당을 치솟게 합니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섭취하면 그 영향은 더욱 커집니다. 공복에는 위가 비워져 있어 흡수 속도가 빨라지는데, 정제당이 많은 음료와 빵은 혈당지수(GI)가 높아 30분 이내 급상승하기 때문입니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2025년 가이드라인에서 “공복 단순당 섭취는 인슐린 과분비를 불러 반동성 저혈당과 과식 충동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여러 의학 연구가 공복 당류 섭취가 교감신경·코르티솔 등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잉 분비와 심혈관 위험을 높인다고 밝혔습니다.
흰쌀밥 위주의 덮밥, 라면·우동, 떡볶이, 흰밀빵과 달콤한 음료가 세트인 외식은 혈당을 완만히 잡아줄 단백질·식이섬유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영양학회와 질병관리청은 이런 패턴이 하루 권장 탄수화물 섭취량을 한 끼에 초과하고, 첨가당 섭취를 급격히 늘려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킨다고 경고합니다. WHO 역시 첨가당을 총 에너지 섭취의 10%(가능하면 5% 미만)으로 제한하라고 권고합니다.
요즘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례로 칼국수나 냉면을 먹고 바로 제과점 빵을 추가로 먹거나, 면 요리에 단맛 음료를 곁들이는 경우입니다. 면은 삶는 과정에서 전분이 젤라틴화돼 소화·흡수가 빠르고, 빵은 흰밀가루와 설탕·버터가 더해져 고 GI·고 혈당부하(GL) 식품입니다. 이런 조합은 췌장이 한 번의 식사에서 두 차례 대량의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만들고, 뒤이은 급강하로 저혈당과 재과식을 유도해 β세포를 빠르게 지치게 합니다.
아침을 먹지 않는 습관
아침을 거르면 혈당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상당히 많습니다. 일본 히로시마대·후쿠오카대 등 공동연구진이 지난 2019년 8월28일자 <영국영양학저널(British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한 연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아침 거르면 점심 혈당이 훅 오른다”입니다. 단 한 번의 아침 결식만으로도 점심 식후 혈당이 유의하게 더 높아지고, 인슐린 분비가 둔화됩니다.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것은 건강한 20대에서도 ‘세컨드 밀(Second-meal) 효과’가 확인된 것입니다. 이 연구에서 이루어진 시험 결과 아침을 거른 날의 점심 후 혈당 곡선 아래 면적(AUC)이 아침을 먹은 날 대비 약 80% 증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24시간 평균 혈당은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즉, “하루 평균은 비슷해도 식후 혈당 피크가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식사 하나가 그다음 끼니의 혈당 반응에 영향을 주는 ‘세컨드 밀 현상’은 이론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 연구는 젊고 비만이 아닌 집단에서도 아침 결식 이후 점심 혈당 급등이 발생함을 정밀 연속혈당측정(CGM)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하루 평균 수치만 보면 괜찮아 보일 수 있지만, 짧은 시간의 고혈당 피크와 변동 폭은 산화스트레스와 혈관 손상을 촉발하는 ‘대사적 미세손상’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아침을 거르면 오후에 더 졸리고 피곤했다”는 주관적 피로·집중력 저하 신호도 일부에서 관찰됐습니다.
연구진은 혈당 스파이크를 공복지방산(NEFA)과 연관지어 설명했습니다. 아침을 거르면 체내 지방 동원으로 NEFA가 상승합니다. NEFA는 간의 인슐린 작용을 방해해 간 포도당 방출을 늘리고, 그 상태에서 점심을 먹으면 혈당이 더 높고 오래 오르게 됩니다. 이것은 간 인슐린의 저항성 유발이 점심 뒤 고혈당의 연쇄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번 결과는 “살 빼려 아침 거른다”는 가벼운 습관이 오후 업무 효율·피로, 더 길게는 대사 건강의 미세 균열로 이어질 수 있음을 데이터로 보여줍니다. 하루 평균만 정상으로 ‘포장’되는 날카로운 혈당 피크를 낮추는 식습관이 오히려 가장 중요한 처방일 수 있습니다. 완만하게 상승했다가 완만하게 내려가는 혈당 곡선이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오늘의 식사 한 끼가 내일의 췌장 건강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DOI: 10.1017/S0007114519001235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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