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정부광고 예산이 언론사 지원금처럼 쓰이는 현실을 개선하려면 광고비 집행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3600곳에 달하는 정부광고주(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는 광고 집행 매체를 선정한 이유를 공개, 집행의 타당성을 점검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정부광고 집행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정부광고주 각자가 매체·시민이 납득할 원칙을 만들고 자율적으로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정부광고 예산이 언론사의 주요 수입원이 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광고비 집행 기준에 깊숙이 관여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2020년 11월5일 서울 서대문구 한 가판대에 종이신문들이 비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광고주·매체·시민 '동의 가능'한 기준 마련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현재의 정부광고 집행은 기관의 장이나 보도 담당관, 팀장들이 자의적으로 결정한다"며 "광고 집행의 모든 기준을 상세하게 규정하긴 어렵지만 기관별로 가능한 상세하게 기준을 만들고 각 기관들이 집행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중앙 부처(문화체육관광부)가 부처·공공기관·지자체의 정부광고 집행이 잘 됐는지 심의하는 것은 각 기관에 대한 자율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각 기관별로 또는 위원회를 꾸려 광고 집행이 잘 됐는지 평가해야 한다"며 "다만 기관이나 단체의 장이 위원회를 들러리 삼지 못하도록 적절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광고 집행의 적절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을 위해서는 광고주와 매체, 시민이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광고 전문가 A씨는 "정부광고에서 중요한 건 국민에게 광고 메시지가 전달되록 하는 것이다. 그게 정부광고 성과를 내는 것"이라며 "가칭 '정부광고주 대회'를 통해 기준 마련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광고주·매체·시민이 합리적으로 동의하는 기준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현재보다 지표가 보강될 필요도 있습니다. 현재 지표는 정부광고주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언론재단이 2023년 12월 정부광고주 3600개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쇄매체 정부광고 참고자료 관련 의견수렴' 결과를 보면 '향후 제공됐으면 하는 자료가 무엇이냐'는 주관식 질문에 △광고 효과 조사 보고서 △언론사 홈페이지 방문자 수 △전 언론사에 적용 가능한 효과성 판단 자료 △매체인지도 및 신뢰도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인쇄매체 광고 활용 타당성을 높일 수 있는 자료(시민 대상 설문조사) 등을 언급했습니다. 광고주들 역시 광고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원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현재 언론재단은 △열독률 △지발기금 우선지원대상사 여부 △언론중재위 중재 결과 (직권조정(정정보도), 시정권고 건수) △신문윤리위 서약 참여 여부 △신문윤리위 심의 결과(주의, 경고 건수) △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 결과(주의 건수) 등을 광고주가 원하면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부광고의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광고 성과의 등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요즘 같은 빅데이터 시대에 일부 사례를 표본으로 추출하거나, 조사를 하면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 2025년 미디어 환경에 맞는 지표를 찾아서 활용하거나 한국 현실에 맞는 지표를 개발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국인 간첩설'을 보도한 스카이데일리 신문의 지난 1월17일자 1면. (이미지=스카이데일리)
사회적 해악 미치는 매체에 공적 자원 지원 안 돼
정부광고 예산이 건강한 공론장 형성을 방해하는 매체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자율 규제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연우 교수는 "정부광고는 넓은 의미로 보면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중앙정부든 공공기관이 집행하는 사업도 우리 사회 안 건강한 여론이 만들어져야 가능하다. 우리 사회 공론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정부광고 집행 기준에도 공공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습니다.
가령 신군부 집권에 반대해 광주와 전남 시민들이 벌인 대규모 민주항쟁인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이 침투해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12·3 불법 비상계엄 직후 '중국인 간첩 체포' 의혹을 보도한 <스카이데일리>에 정부광고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겁니다.
다만 언론사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정부광고 예산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광고비 집행 기준을 직접 설정, 제재를 가하는 건 자칫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이에 자율적인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입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언론사가 특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정부광고를 주지 않는다면 검열, 정치적 영향령 행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자율규제기구를 통해 제재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심 교수는 "가령 한국신문윤리위원회(신문윤리위) 혹은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등 자율규제기구에 가입한 언론사(서약사)들은 신문 윤리를 지키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며 "언론사가 윤리 서약을 위반한 경우에 언론진흥재단이 이를 정부광고주에 알리고 정부광고주가 자연스레 해당 언론사들에게 광고를 집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람직한 언론 활동하는 지역 언론 지원 방안 고민" 주장도
정부광고 전문가 A씨는 "정부광고비 그 자체는 당연히 언론사에 대한 지원금은 아니다"라면서도" 지역 언론이나 일부 언론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언론재단의 광고 수익을 가지고 지원하는 방법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주려면 정부광고가 일정 부분 지역 언론 등에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며 "특정 지역을 본거지로 활동하는 바람직한 언론들에 일부 할당을 줘 광고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영흠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부광고의 집행은 홍보 효과의 정도나 효율성만을 놓고 보면 안 된다"며 "대안적인 미디어나 탐사보도 매체의 활성화 등 저널리즘의 질적 제고를 위해선 매체 이용자가 많지 않더라도 실제 광고 효과보다 더 많이 집행할 수 있다고 본다. 정부의 정책적 선택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교수는 "가령 지역신문의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홍보 효과에서는 떨어지더라도, 지역의 '커뮤니티 저널리즘'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정책적 방향이 있다면 지역신문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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