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당정 엇박자 국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3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별검사법 개정안부터 양도소득세 기준까지 현안에 직접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권력 장악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만기친람'형 리더십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정 엇박자에 해결책 제시하는 이 대통령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대가 찰떡같이 뭉쳐 차돌처럼 단단하게 원팀 원보이스로 완전한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 성공을 위해 함께 뛰자"라고 독려했습니다. 국민의힘과 3대 특별검사법 개정안 내용 합의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김병기 원내대표와 갈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앞서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국민의힘의 요구를 수용해 기존 특검법에 따라 수사 기간을 조정하는 대신 정부조직법 개편에 대한 협조를 얻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합의 내용이 알려진 후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이 빗발치자, 여당 지도부는 이날 본회의 개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과의 합의안 대신 기존 개정안 내용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 11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우리 지도부 뜻과는 많이 다른 것"이라며 원내지도부에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반발한 김 원내대표는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고 직격했습니다. 정 대표는 결국 의원총회에서 사과를 전했습니다.
당 투톱 갈등은 당정 엇박자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직접 해결책을 제시하며 장악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시켜 (여당이) 내란죄 특검 연장을 안 하는 조건으로 (야당은)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는 말이 있다"며 "나는 몰랐던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야 3대 특검법 개정안 합의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입니다.
이어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서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서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내란이라는 군사쿠데타가 벌어지는 일은 결코 있으면 안 된다"며 "정부조직법을 고치는 것과 내란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는 일을 어떻게 맞바꾸겠느냐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지적 이후 3대 특검법 개정안은 원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검찰 개혁에 소극적인 당정에 일침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장은 먹어야 하니 구더기가 안 생기게 막아야지 아예 장을 먹지 말자, 장독을 없애버리자 이러면 안 되지 않냐는 생각"이라며 "(검찰 개혁을) 1년 안에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에서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와 더불어 보완수사권 폐지까지 거론되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됩니다.
'위헌' 논란이 일던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그게 무슨 위헌이냐"며 "사법부 독립도 국민의 주권 의지에 종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허위 정보 유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 유튜브 채널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최근 민주당은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하게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추진 중입니다. 여당은 해당 안에 유튜브 채널을 제외했습니다.
여당이 밀어붙이던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에 대해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현행 50억원 유지 가능성을 시사하며 "주식시장 활성화가 장애를 받을 정도라면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상속세 완화를 두고는 "대선 때에도 공약한 만큼 이번에 처리하는 것으로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만기친람 리더십, 장기적으로 '독' 될 수도
대통령이 각종 현안을 직접 교통 정리하는 만기친람 스타일은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비칠 수는 있지만 '팀플레이'에는 적절치 않다는 겁니다. 특히 지지율 하락세에선 이런 단점이 더 부각됩니다.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며 참모나 내각이 '완충재' 역할을 하지 못해 비판의 화살이 곧바로 대통령에게 향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9일~11일 조사, 18세 이상 1002명 대상, 표본오차는 ±3.1%포인트에 95% 신뢰수준, 응답률 11.8%,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직무 평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8%가 '잘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주 대비 5%포인트 떨어진 수치로 한 주 만에 다시 50%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4%, '의견 유보'는 8%로 나타났습니다. 부정 평가는 지난주 대비 6%포인트 올랐습니다. 부정 평가 이유는 △외교(22%) △전반적으로 잘못한다(8%) △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7%) △경제·민생(6%) △정치 보복(6%) △독재·독단(6%) △도덕성 문제·자격 미달(5%) △국고 낭비·추경·재정 확대(4%) △노동 정책(4%) 순으로 나타났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외교'가 가장 큰 부정 평가 이유로 꼽힌 건 지난 주말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300여명 구금 사건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사실상 대통령의 실정으로 보기 어렵지만 여론은 대통령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당이 독자 노선을 걷는 가운데 그립감을 가져가는 대통령의 모습이 중요한 때라고 진단합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엇박자를 내는 걸 넘어 정부와 다른 노선을 관철하고 있다"며 "정청래 대표를 향해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권력을 지키고 중심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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