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출범 100일)최악 피한 한·미 관세…트럼프 청구서는 '현재진행형'
상호관세 25%는 막았지만…'자동차·반도체' 불확실성 계속
2025-09-09 16:51:57 2025-09-09 17:02:17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미 양국이 15% 자동차 관세에 합의했지만, 한국 기업은 여전히 25%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명문화가 지연되면서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분야도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란 미국 측 언급만 있을 뿐, 최혜국 대우를 장담하지 못합니다. 이재명정부는 출범 100일 만에 통상 라인을 복원해 합의를 이끌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입증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EU·일본 15% '명문화'…한국은 구두 약속뿐
 
9일(이하 현지시간) 미연방 관보 웹사이트에는 미·일 정부가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에 대해 최종 합의해 문서화한 행정명령이 정식 게재됐습니다. 지난 7월23일 양국이 자동차·부품에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한 지 한 달여 만입니다. 
 
이번 행정명령은 게재일로부터 7일 이내 발효되도록 규정돼 있어, 늦어도 오는 16일까지는 효력이 발생합니다. 발효와 동시에 8월7일 이후 수입된 일본산 자동차·부품에는 15% 관세가 소급 적용되며, 이미 낸 25% 가운데 15%를 초과한 부분은 환급 대상이 됩니다. 
 
이번 행정명령에 의약품·반도체 '최혜국 대우'(MFN) 조항은 빠졌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과의 합의 과정에서 구두로 이를 약속받았다며, 유럽연합(EU)이 확보한 15% 세율이 자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미국과 EU도 양측 간 무역 합의를 '문서화한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공동성명은 EU산 의약품·반도체에 최혜국 대우 관세를 적용하며, 향후 품목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15%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보장했습니다. 
 
또 유럽산 자동차·부품 관세를 15%로 적용한다고 명시했고, 철강에 대해서는 저율관세할당(TRQ) 도입을 공식화했습니다. 구체적인 TRQ 물량은 추후 확정되지만, 유럽산에만 TRQ가 적용될 경우 한국 철강업계는 50% 고율 관세를 그대로 부담해 불리해집니다. 
 
반면 한국은 7월30일 미국과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관련 행정명령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산 자동차에 15% 관세가 먼저 적용되면서 한국은 불리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관세 장벽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대미 수출액은 182억달러(약 25조원)로 작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혜국 대우 불투명"…최대 쟁점 '대미 투자'
 
곧 발표될 반도체·의약품 관세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반도체나 바이오에 대해서는 최혜국 대우를 받는 걸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이와 관련해 미 측 공개 메시지는 지난 7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발언이 유일합니다. 
 
러트닉 장관은 X(옛 트위터)에서 한국과의 관세 협상을 언급하며 "반도체·제약 부문에서 다른 어떤 국가보다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반도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에서 제외되는 등 오히려 규제가 강화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습니다.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자국 내 생산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어 필요할 경우 '관세 카드'를 반복적으로 꺼내 들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8일(한국시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의 반도체 관세 최혜국 대우 여부가 불확실한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투자 부문 부담을 우려해 한·미 정상회담 합의문을 발표하지 않았고, 국익을 위해 협상 지연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에는 일본의 이행 의무도 담겼습니다 "일본이 미국에 투자할 5500억달러(약 763조원)는 미국 정부가 투자처를 선정한다"고 명시했으며, 상무장관에게는 일본의 합의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해 보고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일본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관세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행정명령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대미 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투자금이 모두 회수되기 전까지 미·일 양국이 수익을 절반씩 나누고, 투자금이 회수되면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상당국에 따르면, 한국 통상 실무 대표단은 최근 미국 워싱턴 D.C.를 비공개로 방문해 무역대표부(USTR), 상무부 등 당국자들과 관세 협상 후속 실무협의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번 협의의 핵심은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 패키지를 어떻게 구성하고, 어떤 방식으로 투자를 결정하며, 그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입니다. 이 밖에도 미국은 농산물 등 비관세 분야 장벽 해소를 압박하고 있는 걸로 전해집니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명예교수는 "우리 정부가 '프레임워크 어그리먼트'(기본 합의)로 상호관세 25%를 막아냈다는 점에서는 절반의 성과를 거뒀다"면서도 "그 바람에 한국 자동차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점은 실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곽 명예교수는 "미국이 요구하는 대미 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사실상 돈을 빼앗는 구조"라며 "향후 본격적인 협상 과정에서 대미 투자가 정상적인 투자 형태로 자리 잡게 하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