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대신 국토부에 '토허제 지정권'…LTV도 '죄기'
세금 빼고 다 꺼낸 정부…"보유세도 건드릴 수 있다"
2025-09-07 17:46:41 2025-09-07 17:46:47
[뉴스토마토 유지웅·김태은 기자] 정부가 7일 발표한 주택공급 대책에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보유세 강화'는 빠졌습니다. 대신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 권한을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확대하고, 규제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강화했습니다. 보유세를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고 낼 수 있는 규제는 모두 꺼냈다는 평가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초강력 거래감독기구'도 뜬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도 서울 내 특정 자치구를 대상으로 토허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됩니다. 현행 제도상 국토부 장관은 특정 지역이 시·도에 걸쳐 있거나 공공개발 사업일 때만 토허구역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2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의 토허구역을 해제했다가 3월 다시 지정하면서 큰 시장 혼란이 빚어졌지만, 국토부 장관은 개입하기 어려웠습니다. 
 
정부는 법령을 고쳐, 주택 시장 과열이나 투기 우려가 있으면 '동일 시·도' 안에서도 국토부 장관이 직접 토허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사실상 시·도지사를 '패싱'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감독 기능 강화를 위해 '부동산감독원(가칭)'도 신설합니다. 국토부·금융위원회·국세청·경찰청·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별도 조사·수사 조직으로, 민생을 저해하는 부동산 범죄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20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신고가 거래나 법인자금 유용이 의심되는 거래를 집중 조사하고, 탈세 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현장점검과 기획조사는 서울 아파트에서 수도권 과열지역으로 확대하며, 조사 기간도 연말 거래분까지로 늘립니다.
 
자금조달계획서도 강화됩니다. 허위·편법 조달을 막기 위해 대출 항목을 주택담보·신용대출뿐 아니라 사업자 대출, 해외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세분화하고, 금융기관명을 의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제출 대상도 현행 투기과열지구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확대됩니다.
 
규제지역 LTV 10%p 강화…1주택자 전세한도 '2억원'
 
현재 규제지역인 강남 3구와 용산구의 경우,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LTV 상한은 현행 50%에서 40%로 강화됩니다. 비규제지역은 현행 70%가 유지됩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 매매·임대사업자의 LTV는 0%로 줄었습니다. 기존에는 규제지역 30%, 비규제지역 60%였으나, 이번 조치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차단됩니다.
 
다만 임대주택 공급 위축 등을 고려해 신규 주택 건설의 최초 대출, 공익법인 대출, 임대사업자가 기존 임차인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경우에는 종전 규정을 그대로 적용합니다.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전세대출 한도는 2억원으로 축소됩니다. 그동안 수도권 기준으로 서울보증보험(SGI) 3억원, 주택금융공사(HF) 2억2000만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2억원까지 전세대출이 가능했는데, 이를 일괄 조정한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향후 5년간 135만호 공급"
 
정부는 향후 5년간 수도권에서 총 134만9000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직전 3년 평균 15만8000호보다 연 11만호 이상 많은 규모입니다. 
 
공급 유형별로는 △공공택지 37만2000호 △노후시설·유휴부지 36만8000호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36만5000호 △신축매입임대·공공지원 민간임대·공공택지 민영주택 21만9000호 △비아파트 민간 건축 35만5000호 등입니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택공급대책의 핵심은 '공공의 역할 강화'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공공택지 민간 매각을 전면 중단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100% 자체 개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합니다.
 
불황기에는 건설사가 LH를 통해 택지를 확보해도 착공을 미루면서 공급이 지연돼 왔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LH가 직접 시행하면, 민간은 설계·시공을 맡는 도급형 참여 방식으로 추진됩니다.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는 이번 대책을 두고 "공급에는 시간이 걸려서 시장이 곧바로 안정되거나 불안이 해소되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할 일은 하고 있다는 인식은 준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토부 장관이 토허구역 지정권을 갖게 되는 것은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차원"이라며 "그동안 지자체가 주택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사례도 있었던 만큼, 부동산을 정치 도구로 쓰이지 않게 하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를 일종의 카드로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과열되거나 불공정이 지속되면 결국 보유세 등 세금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후속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9월은 이사철을 맞아 집값이 오르는 시기"라며 "이번 대책은 종합 로드맵 성격인 만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조기에 나와야 시장 안정과 정책 실효성이 담보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이번 공급 정책이 '착공 기준'이라 입주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무리하게 집을 사려는 '영끌 심리'를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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