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CEO레터' 보니…직원에 책임 떠넘기고 대표이사 책무 누락한 회사도
4월, 당시 함용일 부원장 명의 CEO레터에서 책무 중복·누락 등 지적
임원 존재하는데도, 책무구조도에 절반 가까이 직원 이름 올린 회사도
"책임 소재 불분명하면 실효성↓…명확한 구분 기준에 따라 책무 배분해야"
금감원, 하반기 책무구조도 실태점검 착수…업권·규모 감안해 현장점검
2025-08-29 14:56:07 2025-08-29 16:57:50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올해 초 금융감독원이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컨설팅)을 하던 시기,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이 있는데도 이를 직원에 떠넘긴 내용의 책무구조도를 제출했던 회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이사의 책무를 누락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는 지난 4월25일 당시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 명의로 금융투자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전달된 'CEO레터-책무구조도 편'에 담겼습니다. 
 
일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형 금융투자사의 경우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책무 배분을 명확히 하고, 상위 임원에 책무가 우선되는 원칙을 담은 책무구조도에 대한 이해가 미흡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대다수 회사가 이 같은 지적 내용을 인지하고 수정하며 책무구조도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금감원은 이러한 점검 내용을 토대로 하반기 책무구조도 운영 실태 점검에 착수합니다. 
 
2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5월 말 대형 금융투자회사 및 보험사 53개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사전 컨설팅을 완료하며 △각자 대표 체제 운영 시 책무 배분 기준 상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으로 인한 이해 상충 발생 소지 △책무의 중층적 배분으로 인한 책무 중복 등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금감원은 이에 앞서 4월 말 증권사와 자산운용업계 책무에 대해 금융투자사 CEO에게 레터를 통해 책무구조도 1차 컨설팅 결과를 공유하고 실효성 있는 책무구조도 완성과 운영을 당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CEO레터-책무구조도 편(이하 레터)에 따르면 해당 업무를 실질적으로 소관하는 임원이 존재하는데도, 직원에게 책무를 배분한 회사가 있었습니다. 특히 A사의 경우 해당 업무를 소관하는 임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에게 책무를 배분한 결과 책무구조도 상 직원 비중이 전체 임직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2%(책무구조도상 임직원 수를 책무구조도상 직원 수로 나눈 비율)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B사와 C사가 각각 38%, 20%로 각각 그 뒤를 이었습니다. 
 
레터에서 금감원은 이에 대해 "업무 담당 임원이 존재하는데도 직원에게 책무를 배분한 경우, 해당 업무에 대한 관리와 감독 책임이 불분명해질 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책임의 하부 위임을 금지하는 책무구조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책무구조도 등 개정 지배구조법령'에 따르면 책무는 해당 조직의 관리를 책임지는 임원에게 부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를 담당하는 임원이 없는 경우에 한정에 해당 업무 직원에게 책무 배분이 가능하지만, 임원이 존재하는 경우에도 이를 직원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고 금감원은 경고했습니다.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의무 누락하기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책무가 누락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D사의 경우 대표이사에게 부여하는 책무를 일부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회사의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등 총괄·운영 관리 △책무구조도 마련·관리 △임원의 자격 요건 적합 여부 확인 등의 책무가 있습니다. 또한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령 위반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책임이 있지만  E사는 이러한 의무를 책무기술서에 포함하지 않고,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은 레터에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책무를 정확히 기술하고 누락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체계 구축과 운용을 총괄하는 책임이 있고, 이사회는 회사의 경영과 내부통제 등에 관한 관리·감독 기능이라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법령상 책무가 책무구조도에 누락되지 않도록 명확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명확한 기준으로 책무 나눠 임원 간 책무 중복 피해야"
 
임원 간 책무가 중복되는 곳도 다수 발견됐습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책무가 다수의 임원에게 부여돼, 임원 간 책무가 중복된 것입니다. F사의 경우 다수의 본부장에게 자산관리(WM) 부문의 위탁매매 업무 정책을 수립할 책무를 부여했습니다. 이로써 담당 임원 간 책무가 중복됐습니다. 이에 반해 G사는 WM 부문을 업무 범위와 영업 채널 등을 기준으로 WM 그룹, 디지털그룹으로 구체적으로 구분해 중복을 피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감원은 이 같은 임원 간 책무 중복에 대해 레터를 통해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하고, 임원 간 책임 전가를 야기하는 등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저하시킨다"면서 "해당 책무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감독하는 임원에게 명확한 구분 기준에 따른 책무를 배분해 책무의 중복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아 책무 누락되는 사례도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 금융상품 영업 등의 책무를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아 책무가 누락된 곳도 있었습니다. 레터에서 금감원은 '리테일 신용공여' 부문을 예로 들어 지적했습니다. I사의 경우 신용공여 관련 업무를 △기획 △운영 △사후관리로 구체적으로 구분해 해당 임원에게 책무를 부여했습니다. 관리 의무 항목도 반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반면 H사의 경우 '신용공여 관련 절차 및 기준 수립'만을 책무로 한정하고, 관리 의무 역시 '해당 절차 관리·점검'으로 국한하는 등 담당 책무를 미흡하게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밖에 파생상품 업무 책임자를 1인 이상 지정해야 하지만, 복수의 책임자를 둬, 구분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자본시장법상 필수 업무를 일부 누락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9월부터 금감원은, 금융지주와 은행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책무구조도의 운영 실태 점검에 착수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투자사 점검 대상에 대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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