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기업들 ‘자사주 소각’ 러시
전년 대비 자사주 소각 건수 67% 급증
소각 예정 금액은 6조7579억…211%↑
자사주 소각 이어질 듯…삼성 4조 취득
정치권 ‘자사주 의무 소각’ 부담 느낀 듯
2025-08-29 15:25:52 2025-08-29 17:45:09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 후 당정의 소액주주 권익 보호 강화 기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상장사의 자사주 소각 건수와 규모가 전년과 비교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2차 상법 개정에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방안을 담은 3차 상법 개정 추진 움직임까지 본격화하는 등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정책 강화 기조에 기업들이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 도심에 입주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분석한 결과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63일 이후 828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공시한 주식 소각 결정건수는 57건에 이릅니다. 전년 같은 기간에는 34건의 공시가 이뤄졌는데 이에 대비 67% 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전체 소각 주식 수는 160507267주로 전년 42274721주 대비 279.7% 늘었습니다. 소각 예정 금액은 21675억원에서 67579억원으로 211% 급증했습니다
 
최근에만 해도 지난 28일 LG2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습니다. LG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 취득한 자기주식 보통주 가운데 3029580주를 소각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전체 발행 주식의 1.93%에 해당하는 수량입니다. LG는 전체 발행 주식 중 3.85%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결정으로 절반가량을 소각하게 됐습니다. LG는 보유 중인 나머지 자사주도 2026년내에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입니다
 
HMM도 지난 14일 자사주 81801526주를 공개 매수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발행주식 총수의 7.98%에 해당하는 규모로 소각 예정 금액은 21432억원에 달합니다. 이에 앞서 지난 12LS㈜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7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습니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3.1% 수준인 자사주 100만주를 올해와 내년 등 두 번에 걸쳐 소각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처럼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새 정부 출범 후 자사주 소각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HMM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어 신한지주(1154만주·8000억원), KB금융(572만주·6600억원), 메리츠금융지주(479만주·5514억원), 네이버(158만주·3684억원), 기아(388만주·3452억원), 현대모비스(107만주·3172억원), KT&G(214만주·3000억원) 등 순입니다
 
또한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수의 기업들도 최근 주주환원 목적의 자사주 취득을 공시했는데, 이를 고려하면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 러시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78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 및 임직원 주식 보상의 명목으로 4조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자사주 소각을 시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새 정부 출범 후 자사주 소각 결정 기업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선제 대응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영구적으로 없애 발행주식 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에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업들이 회삿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고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방어 또는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 논란이 돼왔습니다. 이에 여당은 1·2차 상법 개정안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실현하기 위한 3차 상법 개정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졌습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그룹 계열사 다수가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아 부담감이 커진 상황입니다. 이 중 롯데지주는 자사주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기업입니다. 지난해 말 32.5%였던 지분에서 최근 5% 가량을 롯데물산에 매각했지만 현재 전제 지분의 27.5%를 자사주로 보유 중입니다. 롯데 측은 ‘2017년 지주사 전환 당시 발생한 구조적 자사주라고 해명하지만, 개정된 법 아래에서 자사주 자체가 지배력 확보 수단으로 인정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SK그룹의 지주사인 SK㈜의 자사주 보유 비중도 24.8%로 높습니다. 이 밖에 주요 그룹이 보유한 자사주 비중은 두산 17.9%, HD현대 10.5%, 한화 7.45%, 포스코홀딩스 6.56%, 삼성물산 4.6% 등입니다
 
테헤란로를 따라 늘어선 서울 강남구의 고층 건물들. (사진=연합뉴스)
 
새 정부 출범 후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기업 대부분은 기결정된 사안으로 주주가치 제고 및 주주환원 정책 확대목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정부 정책 기조와 연관이 없는 계획된 일정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전년과 비교해 급증한 자사주 소각 건수를 고려하면 정부 정책에 부담을 느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그동안 자사주 보유와 관련 경영권 방어 등 세간의 의심을 많이 받고 있었고, 상법 개정 등 현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법안이 결국 주주가치 제고 측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염두한 (자사주 소각) 결정일 것이라며 기업들에게 다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요소가 될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선제 대응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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