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재계 주요 기업들이 종무식 등 절차를 생략하고 ‘조용한 연말’로 올해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벽두부터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는 만큼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데 방점이 찍힌 종무식을 치르기보다 연속성을 갖고 신년 전략을 구상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또한 주요 기업들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연차 사용을 권장하면서 장기 휴가에 돌입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직원이 많아진 것도 재계 ‘조용한 연말’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2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임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6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올해 별도의 종무식 없이 직원들의 연차 소진을 권장하는 등 조용하게 연말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경기 둔화와 고환율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비용 절감과 신년 전략 구상의 시간을 갖기 위한 차원입니다. 특히 1월 초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20206’ 개최 등 새해 벽두부터 인공지능(AI) 경쟁 각축전이 예정된 상황으로 사업 전략을 점검하며 차분한 분위기 속 신년 업무 준비에 매진하는 모습입니다.
최근 연말 인사와 조직 개편, 그리고 전략회의까지 마친 삼성그룹은 종무식 등 별도의 행사 없이 연말 일정을 끝마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 상당수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남은 연차를 소진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1월6~9일 열리는 CES 행사를 위한 일부 직원들은 연말에도 회사에 출근하며 분주하게 막바지 준비에 매진하는 모습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차분한 연말을 보내는 대신 새해 벽두부터 사업 계획과 경영 전략 수립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 회장은 CES 개막에 앞서 서울 서초사옥에서 사장단을 소집해 내년 경영 환경을 점검하고 사업 계획을 진두지휘할 예정입니다. 만찬을 겸해 진행되는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글로벌 사업 환경을 점검하고 AI 등을 필두로 한 신년 사업 계획 등을 경영진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별도 종무식을 열지 않고 올해를 마무리합니다. 매년 정 회장이 참석하는 신년회에 힘을 준 만큼 연말 행사 없이 글로벌 판매 전략과 미래 로드맵 구상 등 신년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 현대차그룹은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지난해에는 전기차 전용공장인 기아 광명 이보플랜트에서 신년회를 개최했습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회에서 닥쳐올 위기 상황을 ‘퍼펙트스톰’으로 지칭하며 “기본기를 바탕으로 예상 못한 위기에 대처하자”고 당부한 바 있습니다.
LG그룹은 성탄절을 기점으로 사실상 올해 업무를 마무리했습니다. 대부분의 계열사 임직원 중 CES 준비를 맡은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 26일부터 연말 휴가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주요 기업 중 가장 빠른 지난 22일 임직원에 일찌감치 신년사 영상을 보내며 연말을 마무리했습니다.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지금까지의 성공 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만 한다”고 혁신의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주문했습니다.
SK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도 연말 ‘공동 연차’ 기간을 운영하고 올해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SK그룹은 일부 계열사에서 29~31일 공동 연차를 소진하도록 독려하고 있고, 두산그룹도 24일부터 31일까지를 공동 연차일로 지정해 재충전의 시간을 갖도록 했습니다.
연말까지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갔던 총수들도 차분하게 올해를 정리한 뒤 내년 초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주요 그룹 총수들은 CES 행사에 참석하거나 내년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꾸리는 경제사절단에 참여해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연차 소진을 독려하는 등 연말을 좀 차분하게 보내면서 내년을 미리 준비하자는 분위기”라면서 “내년 초부터 사업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여 마음의 준비를 하는 등 재충전의 시간을 갖자는 의미도 있다”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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