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 옛말'…유통가에 바람부는 일본 제품
'애국 소비' 넘어 '합리 소비'… 일본 제품, 다시 일상 속으로
2025-08-29 16:05:55 2025-08-29 17:36:45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한때 "사지 말자"는 구호 속에 외면받던 일본 제품이 이제는 다시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지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광복절 전후로 일본 브랜드들이 마케팅을 자제하던 시절과 달리, 현재는 '가성비'와 '경험 소비'를 중시하는 달라진 소비 가치관이 일본산을 일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맥주, 사상 최대 수입량으로 부활 신호탄
 
대표적인 사례는 일본 맥주입니다. 29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맥주 수입량은 4만3676t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전년 대비 10.2% 증가했을 뿐 아니라, 기존 최대치였던 2018년(4만2962t)을 넘어선 수치입니다. 
 
불매운동이 거세던 2021년에는 수입액 기준 9위까지 밀려났던 일본 맥주는 2023년을 기점으로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이후 2년 연속 1위를 지키며 사실상 재도약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죠. 
 
편의점에 진열된 일본 맥주. (사진=연합)
 
편의점 판매 현장도 이를 증명합니다. GS25에 따르면 일본 맥주 시장이 올해 들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1월1일부터 이달 28일까지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17.6%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아사히 캔 500ml, 아사히 생맥주 캔 340ml, 기린 이치방 캔 500ml, 삿포로 캔 500ml가 판매 우수 상품으로 꼽혔는데요. 
 
GS25 관계자는 "아사히, 기린, 삿포로 등 일본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에 대한 꾸준한 선호와 더불어, 일본 여행객 증가에 따른 현지에서 경험한 맛을 찾는 소비가 맞물리면서 일본 맥주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본 주류 전반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케는 올 1~7월 수입액이 1597만9000달러(약 222억원)로 집계돼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죠. 수입량 역시 4.2% 늘었습니다. 국내 주류업계가 내수 침체로 줄줄이 고전하는 가운데, 일본 술만 역성장을 피하며 틈새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패션도 리바이벌…유니클로 매출 1조 재돌파
 
패션 시장에서도 일본 브랜드의 반등은 두드러집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국내 매출 1조601억원, 영업이익 1489억원을 기록하며 6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했죠. 2019년 불매운동 직후 폐점과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부활을 넘어 안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 유니클로의 강점은 여전히 실용성과 가격 경쟁력인데요. 한때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흔들렸지만, 결국 소비자 선택은 옷의 품질과 가격이라는 본질로 돌아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국내 유통 플랫폼 역시 일본 브랜드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베이프, Y-3, 언더커버 등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의 국내 독점 유통권을 확보했는데요. 더현대 서울에도 언더커버와 Y-3가 나란히 첫 매장을 열었고, 한섬도 최근 일본 패션·잡화 브랜드 50여개를 대거 들여왔습니다. 젊은 소비자들이 한정판과 희소성에 열광하는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일본 패션 브랜드는 경험해볼 만한 소비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입니다. 
 
달라진 소비 가치관이 만든 '재등판'
 
업계는 일본 제품의 재부상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2019년 불매운동 당시 소비자 정서는 '일본이냐 아니냐'에 선명하게 갈렸지만, 불매운동 이후 5년 소비자 인식은 보다 개인화되고 실속 중심으로 이동했습니다. SNS 후기와 언박싱 콘텐츠가 구매를 견인하고, 트렌드를 따르는 경험 소비 문화가 국적에 따른 장벽을 허물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직장인 오승연(33)씨는 "예전에는 눈치가 보였지만, 지금은 가격 대비 만족감이 크면 굳이 일본산이라는 이유로 피하지 않는다"며 "패션이든 술이든 경험 차원에서 즐긴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을 애국 소비에서 합리 소비로의 전환으로 진단합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매 운동은 특정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강하게 확산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본 제품 소비가 회복되는 반복적인 패턴을 보여왔는데 최근에는 한일 정상회담 등 외교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일본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완화되고, 브랜드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특히 유니클로나 무인양품 같은 대형 브랜드뿐 아니라, 소규모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 혹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캐릭터 상품들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걸 보면, 전반적으로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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