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730조'…국가채무 '1400조' 시대
사상 첫 700조 돌파…'AI·R&D' 투자
재정 씨앗론 기반 '확장 재정' 첫발
'역대 최대' 27조 지출 구조조정 단행
적자국채 발행에 '재정건전성' 악화
2025-08-29 15:12:44 2025-08-29 17:35:3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이재명정부 첫 예산안인 내년 나라 살림 규모가 730조원 규모로 편성됐습니다. 올해보다 8% 이상 증가한 규모로, 지난 2022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증가율입니다. 사실상 전임 정부의 2~3%대 '긴축 재정'에 마침표를 찍고 '확장 재정'으로 돌아선 것입니다. 사상 처음 700조원대를 돌파한 '슈퍼 예산'은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등 미래 먹거리 분야로의 집중 투자를 통해 저성장 국면을 탈출하겠다는 일명 '재정 씨앗론'을 기반으로 한 결정입니다. 
 
다만 지출 확대에 방점이 찍힌 내년 예산안 편성으로 나랏빚 증가는 불가피합니다. 정부는 빠듯한 세수여건 속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대 지출 구조조정에도 나섰지만, 총지출의 상당 부분은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채 발행이 늘면서 올해 1300조원을 넘어선 국가채무는 내년 말 1400조원을 돌파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50%를 넘어섭니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 역시  GDP 대비 -4%를 넘어서며, 정부가 설정한 재정준칙 상한선인 '-3% 이내' 원칙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럼에도 재정준칙이나 재정건전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빚 내서 미래에 건다'는 이재명정부 첫 예산안을 두고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돈 풀어 미래 먹거리 투자…'슈퍼 예산' 총지출 증가율 8.1%
 
정부는 2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예산안'·'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등을 의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면서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 내기 위한 마중물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년 총수입은 올해(651조6000억원)보다 22조6000억원(3.5%) 늘어난 674조2000억원으로 짜였습니다. 국세를 7조8000억원(2.0%) 더 걷고, 기금 등 세외수입을 14조8000억원(5.5%) 늘려 잡았습니다. 내년 총지출은 올해(673조3000억원)보다 54조7000억원(8.1%) 증가한 728조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편성한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8.1% 늘어난 규모로, 2022년도 예산안(8.9%)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입니다. 본예산 기준으로 처음 700조원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700조원대 '슈퍼 예산은' AI, R&D 등 미래 먹거리 분야에 집중 투입합니다. 대표적으로 AI 분야는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과 AI를 접목한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관련 예산을 올해 3조3000억원에서 내년 10조1000억원 규모로 대폭 확대합니다. 바이오헬스, 주택·물류 등 생활 밀접형 제품 300개의 AI 적용을 지원하는 'AX-스프린트 300' 사업도 신설하고 90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5000장 구매하는 데도 2조1000억원을 씁니다. 
 
R&D 예산도 역대 최대 수준인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 규모로 편성했습니다. 'A(인공지능)·B(바이오)·C(콘텐츠)·D(방산)·E(에너지)·F(제조)' 첨단산업 분야별 핵심 기술개발에 10조6000억원을 투자하고, 첨단 분야 국내외 인재 양성 규모를 늘리는 차원에서 연구생활장려금을 확대하는 등 3대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정이 마중물 역할로 성장과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총지출 증가율을 대폭 상향했다"며 "초혁신 경제, 사회적 약자 지원 등 핵심 과제에 중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은 "대한민국 재도약을 위한 주춧돌이자 국민을 위한 예산안"이라면서 "경제와 민생을 함께 살리기 위해 재정이 제 역할을 해야 하며 이 시기에 국민주권정부가 적극재정 기조로 편성한 의미"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빚 내서 미래에 건다'…자취 감춘 '재정준칙·재정건전성'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에 달하는 지출 구조조정도 단행했습니다. AI와 미래산업에 재정을 몰아주기 위해 성과 없는 사업은 과감하게 없앴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1만7000개 사업 중 불필요하거나 성과가 낮은 1300여개 사업을 폐지하면서 전반적인 사업 재구조화에 나섰습니다. 그럼에도 지출 규모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합니다. 국세수입과 세외수입을 합친 총수입 증가율은 3.5%인 반면, 예산과 기금을 합친 총지출 증가율은 8.1%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총지출의 상당 부분은 국채 발행으로 충당할 계획입니다. 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뿌릴 씨앗이 부족하다고 밭을 묵혀놓는 우를 범할 순 없다"면서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며 재차 '재정 씨앗론'을 강조했습니다. 적극적 재정을 실현하기 위해 국채 발행도 불가피하다는 의미입니다. 기재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110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09조원으로, 올해 본예산(73조9000억원 적자)보다 35조1000억원 늘어날 전망입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한 수치입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본예산 기준 2.8%에서 내년 4.0%로 1.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재정준칙은 2020년 이후 한 차례도 지켜지지 않았으며,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는 평가입니다. 
 
내년 국가채무는 1415조2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1273조3000억원) 기준보다 41조8000억원이나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1400조원대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2차 추경을 거치며 이미 1300조원대로 올라선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원 이상씩 불어나 오는 2029년에는 1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내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1.6%로, 2029년에는 58.0%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한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재정준칙이나 재정건전성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구 부총리는 국가채무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정부에서 지출증가율을 낮춰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성장은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졌다"며 "잠재성장률만큼도 성장을 하지 못하는, 실제 성장률이 더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답했습니다. 
 
장문선 기재부 재정정책국장은 "일단 현재로서는 국가채무 비율 50%, 58% 정도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 정도는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예상한다. 주요 선진국 부채와 비교할 때 국제통화기금(IMF) 선진국 수준이 70~78%, 주요 20개국(G20)이 83% 정도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공용 브리핑실에서 '2026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병서 예산실장, 구 부총리, 임기근 2차관, 안상열 재정관리관.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