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또 나왔습니다. 이미 대법원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이 확정됐지만, 검찰은 자료 기간이 다르다며 버티고 있었습니다. 사법부 판단을 무시하는 국가기관은 검찰뿐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고은설)는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하 변호사는 2023년 대법원으로부터 검찰 특활비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낸 이후 거푸 검찰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이겼습니다.
정부·공공기관 특활비 자료를 추적하고 있던 하 변호사는 2019년 검찰 특활비 자료 공개 소송에 나섰습니다. 공개 대상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윤석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용한 △특활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과 지출 증빙 자료입니다.
하급심 모두 검찰에 특활비 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검찰이 정보공개를 거부했던 주요 이유인 ‘수사 기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특활비 지출 증빙 자료를 모두 검토한 뒤 “수사 과정에 소요되는 경비의 집행 일자(현금 수령일)와 집행 내역(수령한 현금 액수)을 공개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 활동에 관한 사항이 노출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특활비 내역이 공개되더라도 수사 업무의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행에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장애를 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2023년 4월 이러한 원심 판단이 옳다며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대법까지 특활비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검찰은 특활비 자료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문제는 검찰이 같은 해 6월부터 특활비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단 겁니다.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국 검찰청에 ‘민원실 격려금’ 조로 특활비를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상황입니다. 하 변호사는 이를 검증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2023년 6월1일부터 2024년 2월28일까지 특활비 지출증빙 자료를 추가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대법원에서 공개하라고 판결한 자료 범위와 똑같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자료 시기가 다르다며 버티는 전략에 나선 겁니다. 이에 하 변호사는 검찰을 상대로 똑같은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 행정법원도 하 변호사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사법부 판단을 무시한 채 행정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 변호사는 “다른 기관들의 경우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면 자료를 공개한다. 국회도 대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자료를 공개했다”며 “유독 검찰만 대법원 확정 판결을 무시하고 계속 비공개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고, 검찰 행정력 낭비기도 하지 않냐”며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바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자료라면 기간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할 수 없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하 변호사는 “똑같은 정보인데 기간이 다르단 이유로 건건이 소송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법원 판결이 난 정보에 대해서 비공개하지 못하도록 정보공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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