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내란 수괴 혐의로 재판중인 윤석열씨가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로 또 다른 재판에 서게 됐습니다. 윤씨 측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면서 내란 혐의 재판에서 다퉈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비상계엄 실질이 아닌 절차의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내란 혐의 재판과 병합 가능성은 낮아졌습니다.
윤석열씨 측 변호인 배보윤 변호사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씨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내란 특검 추가 기소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백대현)는 19일 오전 윤씨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 등을 정리하는 절차이며,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습니다. 지난달 10일 재구속된 뒤 구치소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윤씨는 이날 법정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특검에선 윤씨의 내란 수괴 혐의 재판 공소유지를 하고 있는 박억수 특검보 등 6명이 출석했습니다.
특검이 추가 기소한 혐의는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군 지휘관들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 지시 ▲국무위원 계엄 심의·의결권 방해 ▲비상계엄 선포문 허위 작성 및 파쇄 지시 ▲비상계엄 관련 외신 허위 공보 지시 등입니다.
윤씨 측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습니다. 송진호 변호사는 “검찰 공소사실 대부분이 내란 재판에서 다퉈질 부분이고 어찌 보면 동일한 내용”이라며 “상당 부분이 내란죄와 겹치거나 내란죄 아래서 증인신문이 이뤄지고 있는데 추후 의견서나 모두진술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윤씨 측은 5개 혐의에 대해 “내란죄에 포섭돼 별도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지난달 영장실질심사와 구속적부심에서도 이를 강조하며 구속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내란 수괴 혐의 재판과 이 사건을 분리해서 보고 있는 듯합니다. 재판부는 공소장에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다룬 부분을 지적하며 “관련 사건에서 다뤄지고 있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비상계엄 절차적 부분을 문제 삼아서 비상계엄의 실질적 요건은 이 사건과 관련 없어 보인다. 적절히 수정·변경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재판부의 발언으로 비춰 볼 때 내란 수괴 혐의 재판과 병합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다만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석명한 건 이 부분만이 아닙니다. 재판부는 특검의 공소사실 요지 진술이 끝나자 공소장을 넘겨가며 불필요한 요소를 하나하나 짚었습니다.
재판부는 “특검의 수사·기소를 고려해도 다른 사건 공소장에 비해 전제 사실이 다소 장황하게 기재돼 있다”며 윤씨의 경력·학력 부분, 각 혐의의 전제 사실 부분 등이 불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재판부는 “법률 조항 인용을 넘어 법률 해석까지 기재했는데, 법률 적용과 해석은 법원의 역할이라 부적절한 기재로 보인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첫 재판부터 특검의 답안지와도 같은 공소장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은 겁니다.
현재 진행 중인 내란 혐의 재판들처럼 이 재판도 신속성이 문제가 됐습니다. 윤씨 측은 첫 공판준비기일 전부터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신청했습니다. 윤씨 측은 이날도 “모든 기록 복사·스캔이 안 됐다”며 “(김건희) 여사님 사건도 상당수 (변호인이) 참여하고 있어 추가로 변호인을 선임할지 (기존 변호인들이) 업무를 배분할지 현재로서는 (결정하지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특검은 신속한 재판을 촉구했습니다. 박 특검보는 “특검법에 의하면 1심 선고는 공소제기일로부터 6개월 전에 해야 한다”며 “이 사건은 지난달 19일 구속기소한 이후 한 달이 경과됐다. 절차 지연을 우려해 지난 5일부터 열람·등사를 우선 안내했으나 변호인들은 지난 14일 늦은 오후에야 열람·등사를 신청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도 신속 재판을 약속했습니다. 재판부는 “특검법상 (선고가) 6개월 이내라서 신속 운영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주 1회 공판기일을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오는 9월26일부터 본격 재판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윤씨의 출석 여부에 대해 송 변호사는 “현재 건강 상태로는 수시간 같은 자리에 앉아 재판에 참석하기 어렵다”며 “상황에 따라 출석 여부를 말하겠다”고 했습니다. 특검은 윤씨 측이 관련 증거를 모두 부동의할 경우 증인으로 130여명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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