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국내 방위산업이 사상 처음으로 수주잔고 100조원을 돌파하며, 하반기에도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 대형 프로젝트와 국내 방위력 개선 사업이 잇따라 성과로 이어지면서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확대된 가운데, 유럽의 방산 공급난과 중동의 대규모 국방비 지출이 맞물리며 추가적인 대형 수출 계약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 4대 방산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주잔고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잔고는 31조7000억원, LIG넥스원은 23조4665억원, KAI는 26조7000억원, 현대로템은 21조636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네 곳을 합산한 규모만 100조원을 넘어선 셈입니다. 한화시스템(8조4589억원)까지 포함하면 약 112조원에 달합니다. 수주잔고는 기업이 확보한 일감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으로, 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이미 4~5년치 생산 물량을 확보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업계의 실적 개선세도 가파릅니다. 이들 5대 방산 기업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조30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807억원)보다 161.2% 증가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80%를 상반기에 달성한 셈입니다. 매출 역시 100%가량 성장했습니다. 5개 기업의 상반기 매출은 19조1904억원으로 2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9조8573억원)과 비교하면 약 2배(94.7%)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 같은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한 해외 수출 확대와 더불어 수주 사업 납품에 따른 대금 확보가 꼽힙니다. 폴란드의 K2 전차·K9 자주포, 루마니아 K9 자주포, 중동 지역의 천궁-II 등 대형 프로젝트의 납품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가시화된 것입니다. 아울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중동 정세 불안, 그리고 미국의 기조 변화에 따른 각국의 독자적 재무장 움직임 등 국제 정세 역시 방산 수요 확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방산업계의 하반기 실적도 견조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나토(NATO) 회원국들이 오는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중동 국가들 역시 방위비 지출을 늘리고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기준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중이 7.3%에 달했으며, 정부 전체 지출의 22% 이상을 국방 분야에 투입했습니다. 글로벌 정세가 긴장 국면에 놓여 있는 만큼, 국내 방산업계는 K방산의 제조 경쟁력과 납기 준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추가 수주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무기체계 초과 수요 환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2022년 대비 확대됐다”면서 “미래 수출 고객으로 예상되는 중동 국가들의 경우 폴란드보다 국방비 지출 여력이 커 향후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출 이익률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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