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국립전통예술중고가 채용 비리 의혹을 받는 데 이어 예산 부정집행 정황까지 드러났습니다. 해외 문화교류 예산을 허위로 편성 및 집행한 건데요. 실제 교류 활동이 없었음에도 혈세를 지원받아 목적 외로 사용해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립전통예술학교의 공연 안내문(사진=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홈페이지)
18일 <뉴스토마토>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학교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일본과 문화교류 지원 명목으로 동일한 지역과 동일한 금액으로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해당 학교는 매해 평균적으로 약 2500만원의 혈세를 '일본 문화교류 활동' 예산 명목으로 지원받았습니다.
하지만 해당 학교는 예산서에 기재한 내용과 다르게 예산을 집행했습니다. 세부 항목에는 '일본 가고시마 방일' '가고시마 방한' '숙덕(스가모) 방한 인솔' '스가모 외빈 초청 등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해당 내역들이 수년간 반복적으로 편성·결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23년부터 올해까지 편성된 예산은 버스 임차료, 재료비, 국외업무여비, 업무추진비 등을 일본 교류 명목으로 지속 편성해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일본 방문이나 교류 활동은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관성적으로 예산이 편성되고 집행된 겁니다.
국립전통예술학교 측은 김 의원실의 질의에 2020년 이후에 가고시마와 스가모 방한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활동을 중단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학교 측은 해마다 해당 비용을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했습니다. 일본교류 활동이 없었던 2022년 일본문화교류지원비를 비롯 12개 예산항목(1억8300만원)을 편성했는데, 실제로는 모두 다른 목적의 임차료와 재료구입으로 사용했습니다.
일본에 가겠다고 책정한 국외여비도 모두 다른 국가 여비로 지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일본교류비용으로 책정한 국외여비 1100만원을 국내여비로 전용(행정과목 간 또는 기간 간 상호 융통하는 것으로 예산의 집행과정에서 부분적인 계획의 변동이나 여건이 바뀔 시 재량에 따라 융통)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사진=뉴시스)
이에 학교 관계자는 김 의원실의 질의에 "(예산) 내역에서 목적을 변경하지 못했고, 현행화하지 못했던 착오가 발생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학교 당국은 계획이 없는 사업임을 알면서도 관성적으로 예산을 편성 집행해 단순한 행정착오가 아니라 고의에 의한 위법한 예산 전용 또는 집행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합리성과 투명성이 결여된 집행이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허술한 관리 감독이 문제"라며 "현시점에서라도 시정조치하고 관련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조계 관계자도 위법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할 때 일본 교류 사업 예산 편성이 합리성을 상실했다는 점은 일반인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 행정 착오로 포장하는 것은 납득이 어렵다. 허위 예산 편성 및 부당 집행 내지 예산 전용 가능성이 크다"며 "감사원 감사 및 형사 책임 추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만약 해당 예산이 실제 집행 과정에서 다른 사업에 전용됐다면 국가재정법 48조(예산 전용 제한)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해당 학교에선 채용 비리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정교사 채용 실기와 신입생 입학시험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입니다. 경찰에 접수된 내용에 따르면 해당 학교의 전 동문회장이 교사 채용 실기 심사위원으로 참석, 함께 참여한 다른 심사위원에게 특정 지원자의 점수를 높게 주도록 종용했다는 겁니다. 현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가 금천경찰서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여기에 예산 부정 사용 의혹까지 불거진 건데요. 관련 사안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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