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연 기자] 일회용 접시에 담겨 랩에 싸인 살아 있는 문어의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왔습니다. 공기가 차단된 채 갖혀 있는 문어는 간신히 붙은 숨을 헐떡이는 듯 보입니다. SNS에 영상을 올리는 이는 "육류와 어류를 너무 좋아하지만 마트 냉장고에서 천천히 숨 쉬고 있는 문어를 보는 건 솔직히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살아 있는 상태로 포장·판매하는 관행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이 지난 10일 SNS에 올린 영상에 따르면, 마트에서 판매 중인 문어엔 '활문어'라고 적힌 가격표와 '할인 상품'을 뜻하는 스티커가 덧붙어 있었습니다. 누리꾼은 영상과 함께 "비건은 아예 생각도 않지만, 마트 냉장고에서 할인 스티커 붙인 채 천천히 숨 쉬고 있는 문어를 보는 것은 솔직히 마음이 아프다"며 "숨이 느려질수록 할인율은 더 올라가겠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게시물은 지난 12일 기준 1118개의 '좋아요'를 받았으나, 현재는 삭제된 상태입니다.
10일 마트에서 판매 중인 문어가 산 채로 포장된 모습을 찍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영상 캡처. (사진=뉴스토마토)
문어 또는 생물을 살아 있는 상태로 포장해 판매하는 방식은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낙지, 게 등 해양 동물을 산 채로 주문해 택배로 받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또 판매·배달 업체들은 '산소 포장' 방식으로 생물의 생존율을 높였다며 '싱싱함'을 홍보하기도 합니다.
서울의 한 마트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불경기라서 일단은 뭐든 싱싱해야 손님들이 찾고, 산다"며 "우리나라는 산낙지든 뭐든 (요리에) 바로 넣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습니다. 생물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판매하는 건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살아 있는 문어를 랩으로 포장하는 것이 불필요한 고통을 초래한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인근 바닷가에서 문어가 썰물로 드러난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행 동물보호법은 문어·낙지·게 등 무척추 해양생물을 동물의 범주에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포유류·조류·파충류 등 일부 척추동물만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는 겁니다. 이 마저도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반면 스위스와 뉴질랜드 등은 문어와 오징어 등 '두족류'와 게와 가재 등 '십각류'를 지각 있는 존재로 인정해 산 채로 조리하거나 생식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문어와 게를 지각 있는 존재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동물복지법을 개정했습니다. 문어나 게 등 무척추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런던정경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법에 반영한 겁니다.
장희지 동물해방물결 캠페이너는 단체의 홈페이지에 '문어, 어디까지 알고 있니?'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무척추동물인 문어도 중추신경계를 통해 고통을 느끼는 지각 있는 생명"이라며 "여러 국가에서는 법적으로 동물의 범위를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인 법적·사회적·정치적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재연 기자 lotu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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