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연 기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에버랜드가 6월부터 여름철 야간 개장을 시작했습니다. 관람객들의 동물 구경도 약 3시간 더 늘어났습니다. 평소라면 이미 '퇴근'해 쉬고 있을 동물들이 야간에도 관람객 앞에 서게 됐습니다. 동물판 '야간노동'인데, '추가수당'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물론 동물의 세계엔 야간노동이나 추가수당과 같은 게 없습니다. 하지만 동물의 의사, 생태 습성과 무관하게 이뤄지는 야간 관람은 동물 복지 차원에서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에버랜드가 여름철 야간 개장을 맞아 진행하는 '로스트밸리 썸머 선셋 어드벤처'는 야간에 초식 동물 사파리인 '로스트 밸리'를 걸어서 탐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기린, 코끼리 등과 같은 초식동물을 가까이에서 구경할 수 있습니다. 목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일 5회 진행되며 회당 50분이 소요됩니다. 1회차는 오후 7시30분에, 마지막 회차는 오후 7시50분에 시작됩니다. 관람이 모두 종료되는 시간은 오후 8시40분이 되는 겁니다.
평소라면 관람객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만 동물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간 개장을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용인시의 8월 평균 일몰 시간이 오후 7시21분임을 생각하면 에버랜드 동물들은 해가 지고도 1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시에 동원되는 겁니다. 마치 사람의 야간 연장 노동과 비슷합니다.
에버랜드가 '로스트밸리 썸머 선셋 어드벤처'를 설명하며 홈페이지에 올린 코뿔소 사진. (사진=에버랜드)
동물에게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노동'은 스트레스의 상당한 요인이 됩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밤에도 밝은 조명을 켜고 관람객으로 인한 소음에 노출되는 등 자연스럽지 않은 환경은 동물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휴식, 수면 패턴 등의 생체리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도 관람객들이 야간에 내는 소음과 불빛 등은 동물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어웨어가 2020년 발표한 '공영동물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관람객이 내는 지나친 소음은 동물에게 장기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관람객이 위에서 동물을 내다보는 구조는 동물에게 매우 위협적인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시선과 소음, 외부 자극이 동물의 복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겁니다.
이에 동물 복지를 위해서라도 야간 관람을 자제하고, 근본적으로는 동물 관람 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 팀장은 "전시 동물 복지 문제가 계속 제기되는 만큼 지금처럼 동물을 근거리에서 관람하고 체험하는 흥미 위주의 전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에버랜드의 야간 개장이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가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관해 에버랜드 측은 "(야간 개장 때 동물 관람은) 걸어 들어가 조용히 관찰하다가 나오는 것"이라며 "야간에 특별히 더 시끄러워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어 "요새는 관람객들의 인식이 좋아졌다"며 "관람 문화가 성숙해서 (동물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을) 다 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재연 기자 lotu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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