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 기자] 인천국제공항 방역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둘러싼 갈등이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6일 열린 세스코와 한마음인천공항노동조합 간 교섭은 결렬됐고,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항공사)는 이명한 한마음노조 위원장을 경찰에 고소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세스코는 지난 6일 교섭에서 기존 용역업체인 명문코리아 소속 22명 중 정년(60세)을 초과한 5명을 제외하고 17명만 고용승계하겠다는 최종안을 제시했습니다. 고용승계한 17명 가운데 5명은 인천공항이 아닌 다른 작업장에 배치하겠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전원 고용승계와 전원 인천공항 근무를 요구했고, 결국 교섭은 결렬됐습니다.
지난 8월6일 인천공항공사 청사 앞에서 한마음인천공항노동조합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 가운데 절반은 청사 밖에서 절반은 청사 안에서 농성 중이다. 이들은 전화로만 소통이 가능하다. (사진=뉴스토마토)
세스코 "12명만 공항 배치"...나머지는 타 지역 전환
세스코가 제시한 고용승계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22명 중 12명만 인천공항 사업장에 배치하고 5명은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 인근의 다른 사업장으로 재배치하겠다는 겁니다. 정년을 초과한 5명은 아예 고용승계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에 인천공항 방역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승계 문제가 커지자 결국 세스코는 22명 가운데 여성을 포함해 17명의 고용을 승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의식해 한발 물러선 걸로 보입니다. 세스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17명 전원을 고용승계하는 것도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럽지만 최선을 다한 제안"이라면서도 "기술 방역을 위해서는 1000시간의 기초 교육과 매년 350시간의 교육이 필요해 당장 12명 이상을 인천공항에만 배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한마음노조는 지난 6일 세스코에 정년을 초과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6개월에서 1년까지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했습니다. 세스코의 취업 규칙(60세 정년 규정)은 수용하되 정년 초과자들이 새 직장을 찾는 동안 시간을 벌도록 유예기간을 달라는 겁니다.
아울러 고용이 승계된 17명의 경우에도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인천공항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세스코는 "정년 초과자의 경우 전직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는 기존 입장만 고수했습니다.
지난 8월6일 인천공항청사 내에서 농성하고 있는 한마음인천공항노동조합 조합원들. (사진=뉴스토마토)
노조 "세스코 제안 수용 못해. 생존권 문제"…갈등 장기화
결국 한마음노조는 세스코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노조가 제시한 요구 사항은 △전원 고용승계 △성별을 이유로 여성 노동자 배제 불가 △인천공항에서 계속 근무 보장 △정년 초과자 계속고용 또는 재취업 프로그램 노사 합의 등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세스코가 타 사업장 재배치를 이야기하지만 1년 단기계약에 매년 평가로 고용이 좌우된다"며 "이는 고용승계가 아니라 사실상 해고"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세스코 관계자는 “지난 7일 저녁 노조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접수했고, 검토 중이다.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5월27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인천 중구 제2공항물류단지에서 열린 인천국제공항 중소기업 전용 공동물류센터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 책임진 공항공사는 강경 대응…노조 위원장을 고소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기존 중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던 공항공사는 돌연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공항공사는 4일 공항 안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한마음노조에 퇴거 요청서를 발송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노조가 계속 공사 안에서 농성을 진행하자 이명한 노조위원장을 경찰에 고소한 겁니다.
공사가 보낸 퇴거 요청서엔 "귀하 및 귀 단체는 공항 시설을 무단으로 점유하는 동시에 그 기능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공항시설법 제56조(금지행위)에 해당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어 "위법행위를 중단하고 즉시 퇴거하시기 바란다"고 요구했습니다.
한마음노조는 공항공사의 고소 조치에도 불구하고 농성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 위원장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공항공사가 용역업체 교체 과정에서 책임을 방기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공항공사 측은 이명한 한마음노조 위원장에 대한 고소와 관련해 "공동 건조물 침입, 공동 퇴거 불응, 업무방해로 고소했다"고 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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