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영부인 최초 '피의자' 김건희
대통령 배우자, 공개 소환은 이번이 처음
주가조작 의혹, 검찰 수사 결과 뒤집힐까
특검, 주가조작 관련 100쪽 질문지 준비
2025-08-06 17:53:40 2025-08-06 18:47:53
[뉴스토마토 김태현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석열씨의 부인 김건희씨가 6일 김건희특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배우자 중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조사를 받은 것은 김씨가 처음입니다. 
 
김씨는 앞서 지난해 7월 현직 대통령 배우자 신분으로도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윤석열정부 시기로, 윤씨 부부의 '권력이 정점'에 있던 때였습니다. 검찰 조사는 김씨가 원하는 장소에서, 조사를 하러 방문한 검사들이 휴대전화를 반납하는 등 이례적으로 진행돼 '황제 조사'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수사팀엔 '친윤'(친윤석열) 검사들이 포진돼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윤석열씨 탄핵과 그에 따른 정권 교체 이후 특검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 역대 대통령 배우자가 수사를 받은 건 대부분 대통령의 혐의나 직무와 관련된 의혹 때문이었습니다. 영부인이 본인의 개인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 건 김씨가 헌정사 처음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을 받는 김건희씨가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사기관 조사받은 전·현직 대통령 배우자는 총 4명 
 
역대 전·현직 대통령의 배우자 중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람은 김씨를 포함해 총 4명입니다. 전두환씨의 배우자 이순자씨,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배우자 권양숙 여사는 각각 부군이 대통령에서 퇴임 이후에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윤옥 여사는 현직 영부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역대 전·현직 대통령의 배우자 가운데 처음으로 수사를 받은 이순자씨입니다. 이씨는 2006년 5월11일 12·12 군사 반란의 우두머리인 전씨의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대검찰청 중앙조사부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씨에 대한 조사는 당시 오후 3시부터 약 4시간30분 정도 진행됐습니다. 이는 사전에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비공개 조사였습니다. 이씨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은 그가 귀가한 후인 당일 밤에야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씨는 "검찰이 남편 비자금으로 주장하는 돈은 패물을 팔고 땅을 사서 불린 알토란 같은 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씨는 소환조사 이후 전씨의 추징금을 대납하는 형식으로 200억원을 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권양숙 여사는 2009년 4월11일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권 여사를 박연차 게이트 참고인 자격으로 비공개로 소환됐습니다. 이 사건은 정관계 로비와 관련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100만달러에 줬다는 의혹입니다. 당시 조사는 대검 중수부가 있던 서울이 아닌,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와 가까운 부산지검 청사에서 진행됐습니다. 
 
검찰은 권 여사에 대한 조사를 당일 오전 10시30분부터 9시40분까지 11시간10분 동안 진행했습니다. 권 여사가 비공개로 조사를 받았다는 건 이튿날 검찰의 의해 공개됐습니다. 검찰은 "권 여사가 전직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수사팀 검사들이 부산지검으로 내려가 조사를 벌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윤옥 여사는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관련해 내곡동특검의 참고인 조사 대상에 올랐으나 실제 조사가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특검은 김 여사가 사저부지 매입 과정에서 자금 전달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 주목, 자택 방문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등 조사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김 여사가 거듭 조사를 거부하면서 대면조사는 진행되지 못했고, 결국 서면조사만 이뤄졌습니다. 당시 특검은 김 여사를 직접 조사하지 못한 탓에 6억원가량의 큰돈이 나온 출처까지는 확인을 못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황제·봐주기 논란' 검찰 수사, 특검에서 뒤집힐까 
 
김건희씨는 결국 6일 특검에 출석하며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전날 김건희특검은 정례 브리핑에서 "(김씨 조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통상의 절차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전직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특혜는 없다는 겁니다. 
  
김건희특검법에 규정된 김씨 수사 대상은 16개에 이릅니다. 특검이 각 사건별로 인지하는 사건까지 더해지면 혐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가장 관심이 큰 수사 대상입니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김씨는 윤씨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던 시기부터 최근까지 단 한 차례만 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마저도 검찰은 김씨가 요구하는 제3의 장소를 방문해 김씨를 조사했고, 결국 무혐의로 처리했습니다. 황제 조사, 봐주기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4월 서울고검은 김씨의 무혐의에 재기 수사를 결정했고, 사건을 넘겨받은 특검은 김씨가 주가조작의 방조범을 넘어 공범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검팀은 이번 조사를 위해 100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태현 기자 taehyun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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