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가족력·연령·성별·인종은 바꿀 수 없지만..."
고혈압 심층 기획 시리즈 ③
2025-07-25 08:51:25 2025-07-25 14:16:47
여성의 연령별 에스트로겐 수치. 에스트로겐은 여성을 고혈압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사진=GettyImages)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국내에서 가장 흔한 만성 질환 중 하나인 고혈압. 그런데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발생하는 ‘본태성 고혈압(Essential Hypertension)’으로 분류됩니다. 전체 고혈압의 약 90~95%를 차지하며, 의학 용어에서 ‘본태성’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하버드대의 <당신의 혈압 관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본태성 고혈압은 명확한 원인이 없다. 따라서 위험 요인을 식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특정 패턴을 발견했다. 일부 요인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유전적 요인은 변경할 수 없다. 하지만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와 같은 다른 요인은 습관을 바꾸어 통제할 수 있다.” 여기서 통제, 즉 관리할 수 있다는 결론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원인을 모른다’는 말이 ‘관리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본태성 고혈압은 유전적 원인 등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과 함께 잘못된 생활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네 가지 요인
 
본태성 고혈압은 대개 중년 이후에 진단됩니다. 혈압 수치가 천천히 오르기 때문에 대부분 자각증상이 없고, 건강검진이나 우연한 계기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버드대의 <당신의 혈압 관리>는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네 가지를 꼽습니다. 바로 가족력, 연령, 성별, 인종입니다. 가족력과 연령은 누구에게나 상식으로 알려진 요인이지만, 성별과 인종이 혈압에 영향을 준다고? 그 내용을 상세히 살펴봅니다. 
 
◇가족력과 유전적 소인
 
많은 질환과 마찬가지로 고혈압은 가족력이 강한 질환입니다. 부모가 고혈압 환자라면 자녀의 발병 위험도 높습니다. 유전적 요인은 일부 설명을 제공하지만, 가족 내에서 관찰되는 유사성의 일부는 환경적 영향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녀의 식습관, 스트레스 대처 능력,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습관은 부모의 행동과 성장 환경의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형성됩니다. 단순히 유전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식습관을 비롯한 전반적 생활 방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의 <당신의 혈압 관리>에 따르면 가족 내에서 발생하는 본태성 고혈압의 상당 부분과 쌍둥이 쌍의 경우 최대 65%는 유전적 요인을 가질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연구자들은 고혈압과 관련된 수십 개의 유전자 변이를 식별했습니다. 일부는 혈관을 이완하고 체내 과도한 나트륨을 제거하는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희귀 형태입니다. 특히, 심근경색, 뇌졸중, 당뇨병, 신장 질환, 고콜레스테롤혈증의 가족력이 복합적으로 존재하면 위험은 훨씬 커집니다. 
 
◇나이
 
노화는 반드시 고혈압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고혈압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흔해집니다. 하버드의대의 분석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은 남성의 경우 55세, 여성의 경우 60세까지 약 10mmHg씩 점차 증가한 뒤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30세에서 65세 사이에는 수축기 혈압이 평균 20mmHg 증가하며, 70세 이후에도 계속 상승합니다. 
 
◇성별
 
55세까지 여성은 남성보다 고혈압 발병 위험이 낮습니다. 여성은 폐경 전까지는 남성보다 고혈압 위험이 낮지만, 폐경 후 에스트로겐 감소로 인해 급격히 혈압이 상승하며, 이후에는 오히려 남성보다 고혈압 유병률이 높아집니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에게 고혈압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폐경으로 에스트로겐 생산이 감소함에 따라 여성은 이 보호 효과를 잃게 되고 혈압이 상승합니다. 
 
◇인종과 사회적 요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흑인 성인의 고혈압 발병 가능성이 백인보다 약 40% 높다고 분석합니다. 자칫 인종 차별적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인종이나 혈통이 아니라 심리사회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버드 보고서와 미국흑인심장학자협회(Association of Black Cardiologists) 회장 미셸 알버트(Michelle A. Albert) 박사는 “이 같은 차이는 유전뿐 아니라 만성 스트레스, 인종 차별, 구조적 불평등 등 심리사회적 요인이 혈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인종 차별 경험은 만성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통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등 혈압을 높이는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고 혈관과 심장을 지속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는데, 이것이 오랜 시기 지속되면서 인종의 차이로 굳어진 것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요소 파악했다면 '본격적인 혈압 관리의 시작점'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을 파악했다면, 그것은 ‘나의 변화’를 요구하는 시그널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가족력이나 나이, 폐경과 같은 요소들을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왔구나’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버드대의 <당신의 혈압 관리>는 “흑인 성인은 백인 성인보다 고혈압 발병 위험이 40% 높지만, 고혈압을 앓고 있는 비율은 훨씬 낮다”고 말합니다. 관리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본태성 고혈압의 치료는 생활습관 개선이 첫걸음입니다. 대표적인 권장 사항은 ▲저염식(하루 염분 5g 이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금연·절주 ▲체중 감량 ▲스트레스 관리 등입니다. 특히 미국 국립보건원(NIH)는 채소·과일·저지방 유제품 위주의 'DASH 식단'을 권고합니다. 
 
물론 생활습관 개선에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병행됩니다. 다양한 고혈압 치료제가 있으며, 환자의 상태와 동반 질환에 따라 맞춤형으로 처방이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생활습관은 바꾸지 않고 약에만 의존하는 것을 우리 몸이 원할까요? 그 대답은 본명 '아니오'일 것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권하는 DASH 식단. 왼쪽에는 먹어야 할 음식, 오른쪽에는 피해야 할 음식이 담겨 있다. (사진=NIH)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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