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사이언스)유전자 속에 '비만 예고 신호'있다
유치원 입학 전부터 위험 예측 가능
500만명 데이터 분석 기반, 다유전자 점수로 조기 개입 가능성 제시
2025-07-24 10:08:55 2025-07-24 14:08:58
비만과 과체중을 다룬 세계보건기구의 자료에 실린 사진. 비만이 아닌 식습관의 변화를 강조한다. (사진=WHO)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세계보건기구가 지난 5월 발표한 ‘비만에 관한 6개의 사실’은 비만의 심각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8명 중 1명이 비만 상태였습니다.
 
▲전 세계 성인 비만율은 1990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청소년 비만율은 네 배로 증가했습니다.
 
▲2022년 기준 18세 이상 성인 25억명이 과체중이었습니다. 이 중 8억9000만명이 비만 상태였습니다.
 
▲2022년 기준 18세 이상 성인 중 43%가 과체중이었으며, 16%는 비만 상태였습니다.
 
▲2024년 기준 5세 미만 어린이 중 3500만명이 과체중이었습니다.
 
▲2022년 기준 5~19세 어린이 및 청소년 중 3억9000만명이 과체중이었으며, 이 중 1억6000만명은 비만 상태였습니다. 
 
‘이제 행동할 때’라는 구호는 절박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비만이 ‘생활 습관의 결과’라는 통념이 퍼져 있습니다.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 DNA 안에 숨은 신호를 통해 성인이 되었을 때의 비만 가능성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브리스톨 대학교와 코펜하겐 대학교 연구진은 500만명이 넘는 방대한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유년기 체질량지수(BMI)와 성인기 비만 사이의 유전적 연관성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다유전적 위험 점수(PGS, Polygenic Risk Score)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7월21일 발표되었습니다. 
 
생애 전 주기에 걸친 ‘비만 위험 지표’ 완성
 
PGS는 유전적 변이 수천 개를 합산해 개인의 체질량 변이를 예측하는 일종의 유전자 기반 계산기입니다. 이번에 개발된 PGS는 유년기 5세 이전의 BMI부터 성인기까지 일관된 연관성을 보여주며, 기존 예측 기법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정확도를 기록했습니다. 
 
PGS는 개인의 BMI 변이의 약 17%를 설명할 수 있었으며, 이는 유전자 기반 비만 예측 연구 중 최고 수준입니다. 연구 책임자인 코펜하겐대학교 로엘로프 스미트(Roelof Smit) 교수는 “이 점수가 강력한 이유는 유전적 점수와 5세 이전 체질량 지수(BMI) 사이의 연관성이 성인기까지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위험 요인이 아동기 후반에 체중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훨씬 전에 시작되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개입하면 이론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장 이른 시점의 예방이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식습관이나 환경 요인 등이 체중에 영향을 미치기 전인 어린 시절에 개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 유전 정보 기반…실용성 높아져
 
연구진은 GIANT 유전 컨소시엄, 23앤드미(23andMe), 그리고 브리스톨대 ‘90년대 아동(Children of the 90s)’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을 수행했습니다. 이 PGS는 총 500만명 이상의 유전체를 기반으로 구축되었으며, 50만명 이상의 신체·유전 데이터셋으로 검증되었습니다. 
 
브리스톨대학교 케이틀린 웨이드(Kaitlin Wade) 교수는 “비만은 유전, 환경, 생활습관, 심리 요인 등 복합적 배경을 지닌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는 유년기부터 유전 위험을 식별함으로써 맞춤형 개입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공중보건적으로 매우 큰 의의를 가진다”고 말했습니다.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라 '예방의 출발점'
 
흥미롭게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전적 위험이 높은 사람일수록 식이요법이나 운동 등 생활습관 개입에 더 잘 반응했습니다. 반면 개입이 중단되었을 때는 체중을 더 빠르게 되돌리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이는 유전 정보가 운명이나 낙인이 아닌 ‘개입 시점’의 기준이 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학부모들이 유념해야 할 것은 운동은 특정한 프로그램보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특히 유전적 위험이 높은 아이일수록 즐거운 신체활동 습관 형성이 핵심입니다. 음식의 경우도 어떤 것을 “먹지 마라”보다는 “왜 이런 음식을 먹는가”에 집중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채소, 통곡물, 자연식 위주의 식단을 가족이 함께 실천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는 접근법입니다. 이번 연구진들이 강조하는 것처럼 체중 증가가 시작되기 이전, 아무 증상이 없을 때 유전 정보를 토대로 습관을 디자인하는 것이 비만을 막는 데 더 효과적입니다. 
 
세계 비만 연맹은 2035년까지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에 이를 것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후 치료 중심 정책만으로는 이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유전자 검사를 활용한 비만 대응은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접근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연구진은 이 모델이 유럽계 혈통을 중심으로 개발된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아프리카계·아시아계에서는 예측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유전체 연구의 다양성 확대가 필요한 과제를 보여줍니다. 
 
PGS 같은 지표들은 아이의 체중 곡선을 미리 보여주는 지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도가 있으면, 우리는 그 길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 검사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지도들 중의 하나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아동기 및 청소년기 동안의 PGS 퍼포먼스. (사진=Nature Medicine)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daum.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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