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민주당 당대표 선거 판세를 흔들고 있습니다. 차기 당권에 도전장을 내민 정청래·박찬대 후보는 모두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됨에 따라 큰 차별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강 전 후보자 자진 사퇴 전후 보여준 행보는 크게 달랐는데요. 강 전 후보자를 지지했던 정 후보와 이재명정부를 위해 자진 사퇴를 촉구했던 박 후보는 각각 '당심'과 '명심'(이재명 대통령 의중)을 택하며 다른 길을 걷게 됐습니다. 당심에서 뒤지고 있던 박 후보가 '승부수'를 띄운 셈입니다.
정청래 "당원 중심 단결"…박찬대 "대통령실 전달자 필요"
정 후보는 2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 이기는 정권 없고, 당원 이기는 당권 없다"며 "지금은 우리가 이재명 대통령과 당원을 중심으로 단결할 때이다. 그래야 승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원에 방점을 찍은 것입니다.
박 후보도 이날 SNS에 "지금 민주당에는 언제나 국민의 뜻과 당원의 생각을 대통령실에 신속히 전달할 수 있는 당대표가 필요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대통령실과의 연결 고리를 강조한 취지로 읽힙니다.
두 후보의 노선은 전날 강 전 후보자 사퇴를 기점으로 엇갈렸습니다. 앞서 정 후보는 지난 15일 SNS에 "여성가족부 강선우 곧 장관님, 힘내시라"면서 "따뜻한 엄마였고, 훌륭한 국회의원이었다"며 당시 보좌진 갑질 의혹으로 사퇴 목소리가 컸던 강 전 후보자를 응원했는데요.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와 달리 박 후보는 지난 23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결정해야 한다"며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이 글이 올라오고 17분 뒤 강 전 후보자가 자신의 SNS에 사퇴 의사가 담긴 글을 게재했고, 대통령실 또한 브리핑을 통해 강 전 후보자의 사퇴를 인정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자진 사퇴 의사를 대통령실에 알린 지 1시간가량 이후 개인 SNS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에 박 후보가 대통령실을 통해 강 전 후보자의 사퇴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이 대통령과의 교감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박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7분 전에는 (강 전 후보자의 사퇴 발표를) 전혀 알지 못했다"며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서로 갖고 있는 생각이 맞았던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이재명정부 성공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어떤 것도 할 수 있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명심이 어디에 있느냐'에 대해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지만, 분명한 건 명심은 국민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박, 차별화 전선…명심과 연결고리 강조
정 후보는 강 전 후보자 사퇴 이후에도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텐데 잘 헤쳐 나가길 바란다",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강선우를 인간적으로 위로한다"고 언급하며 낙마한 강 전 후보자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강 전 후보자 '사수'를 외쳤던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반면 강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박 후보는 이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박 후보는 명심을 강조하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이미 치러진 충청·영남권 민주당 권리당원 투표에서 얻은 박 후보의 득표율은 정 후보보다 25.3%포인트 낮은 37.35%입니다. 이대로 추격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정 후보와 차별화 전선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이 정치권 해석입니다.
더욱이 이번 사태가 명심의 향방을 확연하게 알게 해준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실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밀고 나가는 양상입니다. 박 후보 측은 이재명정부의 성공 뒷받침에 더해 민심을 우선시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7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참석한 정청래·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후보. (사진=뉴시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한 검찰 개혁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검찰과거사위법' 추진 계획을 밝혔습니다.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검찰 수사·기소의 부당성이 드러날 경우 담당 검사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 해당 사건의 공소 취소와 재심 진행으로 피해자를 구제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박 후보는 "이 대통령 또한 피해자였다"면서 검찰의 조작 기소가 밝혀지면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재판의 사건도 예외 없이 공소 취소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내란범의 사면·복권을 제한하고 내란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차단을 골자로 하는 '내란종식 특별법' 발의와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제 도입, 지구당 부활 등을 앞세운 '정치·정당개혁 10대 공약'에 이은 강력 행보입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전당대회 경선이 3분의 1 정도만 진행됐다. 진짜 승부는 호남권과 수도권 경선"이라며 "앞서 경선을 치른 충청권과 영남권의 권리당원 수를 합쳐도 호남·수도권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사태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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