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2024년 12월3일 퇴근길에 '계엄이 발표됐으니, 빨리 집으로 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뉴스를 검색하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다급한 호소를 들었습니다. '광주 시민 여러분, 도청으로 모여주십시오' 45년 전 광주에서 들었던, 피를 토하듯 외쳐대던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국회로 가는 길은 두렵고 어두웠지만 제 앞에 놓인 오직 하나의 길이었습니다"
<뉴스토마토> K-평화연구원이 12·3 비상계엄을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시킨 '시민영웅'을 기념했습니다. 이날 모인 300여명의 시민영웅은 "모든 국민이 영웅"이라며 완벽한 내란 종식을 위해 연대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뉴스토마토> K-평화연구원이 2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12.3 내란을 막아낸 시민영웅 기념식'을 열었다.(사진=뉴스토마토)
선정된 750여명 시민…"우리 모두가 영웅"
<뉴스토마토> K-평화연구원과 김상욱 민주당 의원실이 2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12.3 내란을 막아낸 시민영웅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K-평화연구원은 지난 6개월 동안 750여명에 이르는 시민영웅과 1700곳이 넘는 시민단체들을 찾았습니다. 이날 기념식에는 시민영웅을 비롯한 국회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약 300명이 참석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의원들도 자리를 빛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시작으로 이학영 국회 부의장, 강준현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곽상언·김상욱·민병덕·박선원·박정현·이재강·황명선 의원과 송영길 전 의원, 강경숙·김재원·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 윤종오·정혜경 진보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최혁진 무소속 의원 등이 함께했습니다. 일정상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도 축기를 보내 시민영웅들을 환영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자리에서 "벌써 7개월이 지났지만, 긴박했던 12·3 비상계엄 상황을 잊을 수 없다"며 "장갑차를 뚫고 국회의원들이 담 넘어갈 수 있도록 어깨를 내준 시민들이 영웅"이라고 말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김창현 K-평화연구원장은 "이번 내란을 막은 싸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이 광장과 의회가 힘을 합친 것"이라며 "우리 모두 영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원장은 "우리는 하나가 돼 내란을 막았다. 여러분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라며 "<뉴스토마토> K-평화연구원은 이 역사적 사건을 반드시 기록해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내란을 막아낸 시민영웅 찾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시민영웅 선정 위원으로 참여한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누구를 선정하고 선정하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며 "내란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열심히 싸워줬던 여러분의 행적을 충실히 기록하는 기록원이 돼야 한다는 것이 연구소의 결론"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되살려냈고, 전 세계적인 모범을 만들어낸 여러분의 영웅적 행동을 계속 기록하겠다"며 "이를 전 세계적으로 선전하고 알릴 수 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22일 <뉴스토마토> K-평화연구원이 주최한 '12.3 내란을 막아낸 시민영웅 기념식'에서 한 시민영웅이 상패와 머플러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시민, 죽을 각오로 막아내…민주주의에 감사"
기념식의 주인공인 시민영웅들도 화답했습니다. 광주에서 나고 자란 박수미씨는 12·3 비상계엄 당일 국회를 지켰습니다. 박씨는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한 시민영웅들에게 감사를 전했습니다. 박씨는 "(계엄군이) 광주에서처럼 불태우고 폭파해 모두를 희생시킬까 봐 (국회 앞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마지막까지 버티고 버텼다"라며 "시민들은 죽을 각오로 계엄군들이 총을 들고, 위협을 하는데도 끝끝내 막아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 "놓칠 뻔했던 민주주의는 그렇게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며 "45년 전 과거가 현재를 도왔고, 그때 희생된 분들이 지금의 우리를 살렸다. 함께한 모든 시민영웅과 다시 찾은 민주주의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키세스단' 천승훈씨는 완전한 내란 종식을 위해 함께하자고 했습니다. 키세스단은 윤석열씨 체포를 촉구하기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은색 방열 담요를 뒤집어쓴 채 시위한 시민들을 뜻합니다.
천씨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그 추운 겨울바람에도 굳건하게 투쟁을 이어 나갔던 시민영웅들께 감사인사를 보낸다"면서도 "우리가 차디찬 아스팔트 바닥에서 나눴던 사회 대개혁은 아직 첫발도 떼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광장의 주역은 사회 보호를 받지 못했던 여성, 빈민 청년, 농민, 성소수자였다"라며 "그분들이 그 누구에게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때가 완전한 내란의 종식"이라고 말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정민씨는 부당한 권력에 맞선 시민영웅의 확산을 염원했습니다. 이씨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약속이라도 한 듯 거리로 뛰쳐나온 국민들의 연대와 저항은 우리 사회의 빛이자 희망이었다"라며 "이 싸움의 의미는 다시는 이 땅에 부당한 권력이 국민에게 칼끝을 겨누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우리 국민 모두의 간절한 염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씨는 "국가는 국민의 권리만은 권력이 아니라 국민 곁에 서야 할 책임임을 강조하며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고자 묵묵히 헌신해 오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면서 "여러분의 노력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여 더 많은 영웅이 탄생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해제안을 통과시키며 민주주의 회복의 신호탄을 쏜 우 의장은 깊은 감사와 함께 진정한 내란 종식을 위한 연대를 호소했습니다. 우 의장은 "'누가 집권했는가'만으로 민주주의가 평가돼서는 안 된다"면서 "국회도 그 일(민주주의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 여러분과 함께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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