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이효진 기자] "당이 극우 놀이터 돼선 안 된다는 비난이 많습니다. 당 정체성에 맞지 않는 인물이 많아요. 글로벌 기업 수준의 혁신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양향자 전 의원이 당의 극우화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양 의원은 자신을 보수 정당의 대전환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습니다. <뉴스토마토>가 "보수 정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키우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양 전 의원을 만났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양향자 전 의원과 만났다. (사진=뉴스토마토)
"계파 경쟁 넘어 당 정체성 재편 필요"
양 전 의원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양 전 의원은 삼성전자 고졸 입사 후 반도체 전문가로서 임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이력을 지녔습니다. 여의도 정치에서도 '기득권'과 거리를 둔 독자 노선을 걸어온 인물입니다. 이번 전당대회 출마도 당대표 선거가 단순한 계파 경쟁이 아닌 당 정체성 재편과 미래 비전 경쟁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양 전 의원은 당의 주류인 영남권·친윤(친윤석열)계 중심 구도에서 벗어나야 민심을 되찾을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과학기술 패권국가'라는 정책 비전을 앞세운 양 전 의원은 수도권과 중도층, 여성·청년층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습니다.
그간 보수 진영이 쇄신을 외치면서도 인적·노선 쇄신에 실패해왔다는 게 양 전 의원의 지적입니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들이 계속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 수준의 냉정한 책임 규명과 체계적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극우와의 절연'을 강조하며 당의 이미지부터 새롭게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국민의힘이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정치적 전환점은 '양향자'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양 전 의원은 시스템을 정비해 혼란스러운 당을 바로잡고,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양 전 의원을 만나 추후 당대표로서 계획을 들어봤습니다. 다음은 양 전 의원과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입니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양향자 전 의원과 만났다. (사진=뉴스토마토)
"친윤이란 썩은 사과 내다 버려야"
-대선에 이어 당대표 선거 출마도 결심했습니다. '양향자'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 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는 난세일수록, 확고한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국민 통합'과 '정치 안정'도 거기에서 시작합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확고한 비전은 '건국'이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라는 확고한 비전이 있었습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확고한 비전은 '민주화'였습니다. 저에게는 '과학기술 패권국가, 첨단산업 선도국가'라는 확고한 비전이 있습니다. 현존하는 모든 정당과 모든 지도자가 이구동성 말하는 꿈이기도 합니다. 이 비전을 앞세워 보수 정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키우겠습니다.
-대선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영남 중심 정당'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극복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분명한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합니다. 썩은 사과와 멀쩡한 사과를 마구 섞어놓으면 멀쩡한 사과까지 덩달아 썩기 마련입니다. 누가 썩은 사과인지, 이미 지난 대통령 선거와 최근의 다수 여론조사를 통해 명백히 드러났습니다. 친윤이라는 썩은 사과를 빨리 내버리지 않으면 마잖아 국민의힘 전체가 썩고 말 것입니다.
-총선과 대선, 수도권에서의 민심 이탈이 심각합니다. '수도권을 포기한 정당'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의원님이 생각하는 해법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당이 중도로 나아가야 하고, 중원 즉 수도권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보수와 영남에 고립되면 정권 탈환은 영원히 불가능합니다. 이번 전당대회가, 당이 중도와 중원에 어필할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러나 당은 여전히 극우화의 유혹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전 장관은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을 총통, 독재, 극좌, 반미, 친북으로 규정하면서 모든 세력이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전한길씨와 같은 계엄 옹호론자와 부정선거론자들을 감쌌습니다. 다분히 선거 공학적입니다. 그런 포용론과 결집론이 당장 전당대회에서는 표가 될지 모르지만, 당을 극단적으로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쇄신하겠다는 말은 매번 반복되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양향자의 쇄신은 무엇이 다릅니까.
30년 기업인으로 살아온 저의 시각으로 봤을 때, 지금의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후 합리적인 프로세스가 전혀 작동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실패한 상품이나 전략이 있다고 칩시다. 기업이라면 곧바로 책임 소재가 가려지고, 이전과 전혀 새로운 사람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은, 실패와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계속 조직을 이끌고, 심지어 다음 당대표까지 그들이 원하는 사람으로 세우려고 합니다. 제대로 망했는데, 또다시 망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당대표가 되면, 지극히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혁신 프로세스를 가동할 것입니다. 백서를 통해 책임을 가리고, 당의 노선과 철학도 재정립할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기업 수준의 정당 시스템과 당원 주권의 불가역적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진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양향자 전 의원 모습. (사진=뉴시스)
-경쟁자들과 비교했을 때 나만의 강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누군가가 저에게 그런 평가를 하더군요. "양향자에겐 문제 될 건 하나 없고, 필요한 건 모두 있다." 당의 극우성과 지엽성을 탈피할 모든 것을 갖추고, 유능한 경제 정당, 매력적인 전국 정당으로 만들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 이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많이 빠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이며,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않을 일을 안 하면 됩니다. 해야 할 일이 뭡니까,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쇄신입니다. 쇄신은 인적 쇄신, 노선 쇄신, 시스템 쇄신입니다. 비대위원장과 혁신위원장이 싸우고, 전씨와 같은 극우 선동가를 당이 받아들이고, 김종혁 최고위원과 같은 합리적 소신파를 징계하는 것입니다.
-지지율 조사에 보면 젊은 세대와 중도층에서 지지율이 특히 낮은데, 이들을 공략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국민의힘이 윤석열과 김건희의 당입니까, 권성동과 권영세의 당입니까, 전광훈과 전한길의 당입니까. 이런 이미지부터 말끔히 씻어내야 합니다. 중도층과 청년층의 당이 되어야 합니다. 수도권, 호남, 여성이 매력을 느끼는 당이 되어야 합니다. 윤씨 부부, 쌍권(권성동·권영세 의원), 쌍전(전광훈·전한길씨)의 당이 아닌 당원이 주인이 되는 당을 만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우리 당에는 한동훈과 안철수 같은 중도적 정치인이, 김용태와 김재섭 같은 청년 정치인이, 한지아와 김예지 같은 여성 정치인이 당의 중심이자 간판이 되어야 합니다. 그 시작이자 완성이 바로 '양향자 당대표'라고 생각합니다.
-당대표가 된다면, 이재명정부와 관계 설정도 중요할 것입니다. 어떤 기조를 가져갈 계획입니까.
싸울 것은 싸우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견제와 비판에 힘이 생깁니다. 그러나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우리 안의 고름부터 깨끗이 짜내야 합니다. 지금처럼 고름 가득한 병든 몸으로는 정부·여당과 제대로 싸울 수 없습니다. 국민이 "너나 잘해"라고 하는 야당이 뭘 하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양향자가 당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핵심 메시지 한 줄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당원과 지지자에게 묻고 싶습니다. 소멸을 원하십니까, 부활을 원하십니까. 연전연패를 원하십니까, 백전백승, 정권 창출을 원하십니까. 양향자와 함께 다시 이기는 강팀이 됩시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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