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도 '압박'…관세 무기로 '우크라전 휴전'
'2차 관세'로 러시아 협력국 견제…실리적 이득 의도
협상가 이미지 실추에 '불만'…미·러 관계 새 국면
2025-07-15 17:40:20 2025-07-15 19:58:23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엔 러시아 '압박'에 나섰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의 판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긴 것에 대한 불만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100% 관세 적용을 무기로 50일 이내 러·우 전쟁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응징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미국 무기를 대량 공급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습니다. 미·러 정상의 밀착 관계 균열이 발생하면서 양국 관계가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협상 성과없자전장 균형 '재설정' 결정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 자리에서 "우리는 그(푸틴)에게 매우 불만"이라며 "만약 50일 이내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약 100%의 관세로, '2차 관세'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과) 좋은 통화를 하고 나면 그 직후 우크라이나에 참혹한 공습이 벌어진다"며 "그런 일이 3~4번 반복되면 결국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2차 관세는 통상 제재 대상국과 연관된 제3국까지 포함된 건데요. 러시아가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러시아를 포함한 조력국 등까지 관세에 적용 시키겠다는 구상입니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비롯해 브라질, 튀르키예 등이 2차 관세 부과 대상에 속합니다. 러시아의 협력국까지 견제하며 미국의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가 반영됐습니다. 
 
미 상원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담은 법안이 논의 중인데요. 공화당과 민주당 85명의 상원의원이 공동 발의했습니다. 다만 해당 법안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전시키기 위해 힘 써왔는데요. 러·우 전쟁에서 러시아의 성과를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는 나토 가입에 선을 긋는 등 종전안을 받아들이도록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현재까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습니다. 러시아 측은 미국의 휴전 제안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에 대해 대대적인 공습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압박을 통해 전장의 균형을 '재설정'하겠다는 판단을 한 배경입니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임을 고려할 때 50일 데드라인은 푸틴 대통령에게 오히려 시간적 여유를 부여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러시아 공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50일은 너무 길다"고 비판했습니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점령지를 더 넓힌 뒤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사진=뉴시스)

100억달러 규모 거래…지속적 관여 장치 마련
 
트럼프 대통령은 뤼터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망과 미사일, 탄약 등 무기를 지원하기 위한 협정도 체결했습니다. 그는 "(미국은) 최상급 무기를 생산할 것이고, 이를 나토에 보낼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번 계약 체결 방식은 나토가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한 뒤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식이 채택됐습니다. 유럽 동맹국과 거래(1차 판매)를 통해 러·우 전쟁에 지속적인 관여할 장치를 마련하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는다"며 "우리(미국)가 구매하는 게 아닌 우리가 제조하고 나토가 비용을 지불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거래 규모는 약 100억달러(한화 약 13조8000억원)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결정한 이유도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복안입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무기 지원을 주저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인데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이어지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선회한 겁니다.
 
10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강력한 지도자"로 칭송해왔던 것과 정반대 기조이기도 한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하루 만에 러·우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러시아의 협상에서 별다른 소득이 없자 협상에 우위를 가져가려는 자신의 이미지가 실추된 데 따른 불만을 느낀 것에 따른 보복성 조치로 보입니다. 
 
다만 러시아 측은 미국의 이번 경고에 관해 담담한 반응을 보였는데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미국에서 우크라이나로 무기와 탄약, 군사 장비 공급이 계속됐다는 사실은 여전하다"고 밝혔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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