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청이 광화문광장 소음기준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광화문광장의 행사·집회 등으로 소음을 호소하는 민원이 늘자 구체적인 소음 기준치를 정하고, 주최 측에 불이익을 주기로 한 겁니다. 행사·집회의 소음이나 철도나 지하철 소음에 해당하는 83데시벨(㏈)을 넘길 경우 주최 측엔 음향장비 사용을 금지시킬 예정입니다.
서울시청은 지난달 30일 '광화문광장 소음관리 개선방안 추진계획'을 세웠습니다. 광화문에서 열리는 행사·집회 등에서 83㏈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고 주최 측이 시청의 소음 저감 요청을 듣지 않는 경우, 주최 측에 다음 행사에선 음향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불이익을 주기로 한 겁니다.
서울시청은 이를 위해 행사장으로부터 30m 떨어진 곳에서 소음을 측정하고, 소음이 83㏈을 넘길 경우 주최 측에 소음을 낮춰달라는 요청을 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만약 주최 측이 2차례 불응하면 불이익을 가하는 겁니다.
소음관리 개선 방안과 관련해 서울시청 관계자는 1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음향장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행사 사회자가 육성으로 행사를 진행하라는 이야기"이라며 "일반적인 행사는 (하기) 좀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음향장비가 없을 경우, 무대를 사용하는 행사를 진행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6월1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새정부 국정기조 요구 및 노정교섭 촉구 공동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실 서울시청이 전문가들의 자문에 따라 행사 소음 기준을 83㏈로 정한 건 지난 2020년쯤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소음관리 계획을 수립한 배경은 광화문광장 내 행사가 대형화·다양화하면서 지속으로 과도한 소음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80㏈에 이르는 소음은 기차나 지하철 소음과 비슷한 정도입니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소음이 80㏈에 이를 때부터 사람의 신체는 청력장애를 겪게 됩니다. 이에 시청은 소음 기준을 어긴 행사 주최 측이 다음에 또 행사 열 땐 음향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담았습니다.
이번에 서울시청이 음향 기기 사용 금지조치까지 서울시청이 들고 나온데에는 기촌 조치들만으로는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배경이 있습니다.
기존 '광화문광장 사용 소음기준'에는 주최 측이 소음 저감 요청을 듣지 않는 경우 시청이 '분전반 사용중지 등 즉각 행사 중단'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분전반은 행사장에 필요한 전기를 배분하는 장치입니다. 규정 상으로는 행사 도중에 행사에 사용되는 전기를 끊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광화문광장 사용허가 일반조건'에는 소음 기준을 포함해 각종 규정을 위반한 행사 주최 측에게 시청이 1년간 광화문광장 사용 불가조치나 변상금 부과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울시청은 행사 주최 측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행사 즉각 중단, 1년간 사용 불가, 변상금 부과 등의 조치는 좀처럼 시행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1년간 광화문광장 사용 불가조치나 변상금 부과는 사용 허가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했을 경우에 적용할 수 있겠지만, 실제 시행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행사 즉각 중단 역시 행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희가 껐다가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주최 측이 좋은 소리를 내겠다고 볼륨을 조금씩 높일 때가 있고, 리허설을 한다는 이유로 소리 크기를 높이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리가 별로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주최 측과, 행사가 시끄럽다는 행사장 주변 거주민과 시민들 사이의 입장이 달라서 이를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외에 이번 '광화문광장 소음관리 개선방안 추진계획'에는 주변 거주민에게 소음 피해를 덜 끼치도록 음향 시설 설치하라는 취지의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광화문광장 사용 소음기준'에 '육조마당 내 음향 시설은 광장 서쪽을 향하지 않도록 해 설치해야 합니다'라는 조항이 들어가는 겁니다. 육조마당은 광화문광장 북측에 있는 공간으로, 서쪽에는 거주지가 있습니다. 기존 소음기준에는 '음향 시설은 가급적 낮게 하고 해치마당 또는 세종대로를 향하도록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만 있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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