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영양조사에서 가장 부족한 영양소 1위를 차지한 비타민 D가 함유된 식품들. (사진=gettyimagesbank)
[뉴스토마토 임삼진 객원기자] 미국인의 식단이 불균형 상태에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미국인의 식탁에 건강을 위한 중요한 퍼즐 조각들이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6월 9일 국제 학술지 <영양소(Nutrients)>를 통해 미국 국민영양조사 분석 결과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미국인은 ▲비타민 D ▲비타민 E ▲식이섬유 ▲칼슘 ▲마그네슘을 권장량보다 현저히 적게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영양소들은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병, 일부 암 등 만성질환의 예방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식단 구성의 전면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이들 5가지 이외에도 ▲오메가-3 지방산 ▲아연 ▲엽산 ▲칼륨 ▲비타민 C 등이 부족한 영양소로 조사됐습니다.
FOODiQ Global 소속 영양 과학자이자 생화학자인 칼렌 스타크(Carlene Starck) 박사는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는 건강 유지뿐 아니라 질병 예방과도 직결된다”라며 “미국인의 식단은 고에너지·고열량 식품 위주로 구성되어 있으나, 신체 유지에 필수적인 다수의 영양소가 결핍된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연구팀은 미국의 국가 건강 및 영양조사(NHANES) 데이터를 토대로 24개 주요 영양소의 섭취량과 부족 비율을 정밀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특히 위의 5가지 영양소는 인구 대다수가 하루 권장량에 크게 미달하고 있었으며, 특정 연령대와 식습관 그룹에서는 결핍이 더 심각했습니다. 특히 비타민 D는 8개 생애집단 모두에서 결핍률이 90% 이상이었고, 식이섬유와 비타민 E 역시 80~90%가 권장량에 미달했습니다. 여성 청소년은 무려 19개 영양소가 부족했고, 임신·수유 여성도 16개 영양소가 권장량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뼈 건강, 태아 발달, 호르몬 균형, 심혈관계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연구진은 각 영양소의 건강영향도를 무작위 대조시험(RCT)과 코호트 연구를 기반으로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식이섬유는 대장암과 심혈관질환 예방, 비타민 D는 대사질환·우울증·면역기능에 강한 연관성을 보였으며, 칼슘과 마그네슘은 골격 유지와 혈압 조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칼렌 스타크 박사는 “이들 영양소는 단순히 결핍을 피하는 수준이 아니라, 더 높은 섭취가 질병 예방에 직접적인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예방 영양소(preventive nutrients)’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슈퍼푸드 찾기보다 조화로운 식단 설계를”
칼렌 스타크 박사는 사이언스뉴스(Science News)와의 인터뷰에서 “단일 식품으로 모든 영양소를 충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슈퍼푸드’나 ‘만능 영양 보충제’라는 개념은 실제 효과보다 마케팅에 가깝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보카도·연어·통곡물 토스트 같은 식단과 같이 여러 영양소를 한 끼에 복합적으로 섭취할 수 있는 식단 조합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식단에서 아보카도는 비타민 E와 식이섬유, 연어는 비타민 D, 통곡물은 섬유질과 마그네슘의 원천입니다.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보충제에 의존하는 데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반대 입장을 취합니다. 코넬대학교 샌더 커스텐(Sander Kersten) 교수는 사이언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비타민 D와 E의 보충제 복용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가 일관되지 않고 효과도 명확하지 않다”라며 “영양소는 단독보다는 음식이라는 복합적 형태로 섭취될 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덧붙여 “우리는 영양소가 아닌, ‘음식’을 먹는다”라며 “음식 구성과 식사의 질, 양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버드대 의과대학 하워드 세소(Howard Sesso) 교수는 오래전부터 “보충제 사용에 앞서 식단을 먼저 개선하는 것이 최선이다. 비타민과 미네랄은 음식 속에서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음식에는 보충제에 없는 다양한 유익 성분들이 함께 들어 있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영양소를 음식으로 섭취할 때, 보충제보다 더 다양한 상호작용과 전체적인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선진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이번 연구는 공중보건 관점에서 개인 식습관의 개선 필요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영양소의 균형 있는 섭취는 운동, 스트레스 관리, 금연 등 다른 생활 습관과 함께 작용해 건강을 구축하는 기초입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분석이지만, 연구진은 “호주·뉴질랜드에서도 유사한 우선순위 영양소가 확인됐고, 글로벌 미량영양소 조사에서도 칼슘과 마그네슘 결핍률이 세계 인구의 60% 이상으로 나타났다”라며 “다른 선진국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고 경고합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한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서 ‘영양소 섭취기준에 대한 섭취 비율(2023년)은 비타민 D 30.4%, 비타민 E 62.1%, 식이섬유 88.6%, 칼슘 65.5%, 마그네슘 95.8%으로 나타났습니다. 마그네슘이나 식이섬유는 미국에 비해 나은 편이지만 비타민 D, 비타민 E, 칼슘은 심각한 부족 상태이며, 특히 청소년과 노인의 결핍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연구 결과를 음식의 다양성과 영양학적 완성도를 갖춘 식단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 계기로 활용해야겠습니다.
임삼진 객원기자 isj2020@kosns.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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