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김태효, VIP 격노설 첫 인정…한덕수 등 공범도 '사면초가'
'핵심 단서' 내란 공범 진술…궁지 몰리자 줄줄이 '번복'
2025-07-13 17:46:01 2025-07-13 17:46:01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돼 '벼랑 끝'에 몰린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윤석열씨의 격노설을 처음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동안 윤석열씨 '격노설'을 부인해온 것과는 정반대 진술을 한 겁니다. 김 전 차장의 이번 진술은 순직 해병 특검팀(고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 및 수사 방해 등의 진상규명을 맡은 순직해병 특검) 수사의 '핵심 단서'가 될 전망입니다. 동시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내란 공범도 '사면초가'에 빠졌는데요. 그동안 자신의 행적에 관해 부인해온 진술과 배치되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내란 특검팀(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도 이를 토대로 수사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씨에 불리한 진술…측근들 '변심'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씨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침묵을 깨고 윤씨에게 불리한 진술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윤씨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김 전 차장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순직 해병 특검팀(특별검사 이명현) 사무실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이날 7시간가량 조사를 받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크게 화를 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씨의 격노설을 처음으로 인정한 겁니다. 
 
김 전 차장은 지난해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했을 당시엔 VIP(대통령) 격노설을 부인했습니다. 그는 "회의 때 채 상병 사건 관련 보고는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회의에서 격노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VIP 격노설은 윤씨가 2023년 7월31일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포함한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한다는 보고를 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대한민국에서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격노했다는 건데요.

윤씨의 격노 이후 해당 사건의 경찰 이첩이 중단됐고, 사건 회수가 이뤄지며 관련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최근까지도 VIP 격노설을 언급하는 해병대 간부의 통화 녹취가 발견되는 등 수사 외압 정황은 연이어 불거졌습니다.  
 
김 전 차장은 당시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핵심 참모로 꼽힙니다. 채 상병 특검팀은 김 전 차장 소환 조사에서 김 전 차장이 윤씨의 격노를 실제로 목격했는지, 이후 사건의 경찰 이첩이 보류됐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김 전 차장의 진술은 이번 조사에서 '핵심 단서'가 될 수 있는데요. 특검 조사에서 VIP 격노설을 인정하는 진술이 나온 건 처음으로, 추후 다른 인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진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CCTV에 담긴 행적들…특검, 수사 '급물살'
 
김 전 차장과 비슷한 처지의 인물 입장도 달라질 전망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은 한 전 총리인데요. 최근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확보한 대통령실 내부의 대접견실 폐쇄회로TV(CCTV)를 분석한 결과 한 전 총리 등 일부 국무위원의 기존 진술과 배치되는 행적이 드러났습니다. 
 
앞서 한 전 총리는 지난 2월6일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에 출석해 "(계엄 선포문이) 당시에는 제가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계엄 해제 국무회의 마치고 사무실로 출근해 제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내란 특검팀이 확보한 계엄 당일 CCTV에는 한 전 총리가 다른 국무위원들의 선포문을 챙겨 나오고, 문서 묶음을 당시 현장에 있던 국무위원들과 함께 살펴보는 모습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전 총리는 특검팀이 해당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자 자신이 남은 것을 챙겼고, 이 중 하나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건넸다고 진술을 바꿨습니다. 
 
내란 특검팀은 한 전 총리의 계엄 사후 조작과 계엄 국무회의의 위법성에 관해서도 수사할 계획입니다. 현재 한 전 총리는 계엄 해제 이후 강 전 부속실장의 요구로 서명란이 포함된 계엄 선포문에 사후 서명했다는 혐의를 받습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10일 윤씨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공범'으로도 적시됐습니다. 이미 검찰과 경찰은 수사에서 일부 국무위원은 '한 전 총리가 계엄 해제 관련 역할을 한 것으로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진술도 바뀔 여지가 있습니다. 최 전 부총리는 윤씨에게 비상계엄 당시 '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관련 내용이 적힌 쪽지를 받았습니다. 최 전 부총리는 해당 쪽지에 관해 "경황이 없어 안 봤고, 이튿날 계엄 관련 문건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소방청 등에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를 지시한 혐의를 받습니다. 윤씨와 연관성 역시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내란 특검팀은 CCTV 영상분석을 통해 최 전 부총리와 이 전 장관의 그동안의 진술과 다른 모습이 담긴 정황을 포착한 것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내란 특검팀은 김 전 차장과 한 전 총리 등의 진술을 수사 핵심 동력으로 삼아, 관련자들의 추가 진술 확보를 염두에 두며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입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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