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기후변화 문제는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며 결국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입니다. 점점 뜨거워지는 바다, 사라지는 산호, 매일같이 잠겨가는 해안선과 떠날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기후변화로 사라져가는 나무까지 우리 모두가 예외 없이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입니다.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거나 생존을 위협받아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사람들을 '기후난민'이라 지칭하는데요. 신간 『기후난민』은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불평등의 현장'을 조명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터전을 잃고 떠밀려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권승문 작가는 기후난민을 단지 재난의 피해자로 보지 않고, 이들을 기후위기의 증인들로 소개합니다. 극한 폭염에 노출된 노동자, 반지하 주택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시민, 기후변화로 서서히 죽어가는 소나무와 산호들까지 모두 포함합니다. 지난 10년간 기후 재난으로 인한 실향민은 무려 2억2000만명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은 대개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가장 적은 존재들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더욱 불평등하다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기후난민』은 12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장은 기후위기의 다양한 단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뜨거워지는 바다와 사라지는 섬나라(투발루, 키리바시, 몰디브), 기후난민의 정의와 논쟁, 장마와 폭우, 산불, 주거권 침해 등 한국과 세계 각지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기후현실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특히 '기후시민이 세상을 바꾼다'는 마지막 장에서는 불평등한 기후위기에 맞서 행동하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의 가능성도 함께 조명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속 기후난민을 조망하면서 작가는 '우리가 누구의 고통 위에서 안전을 누리고 있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기후위기의 피해가 평등하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그 불평등을 바로잡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책은 은연 중에 강조합니다.
권승문 작가는 기후·에너지 정책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녹색연합,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민주연구원 등에서 정책 실무와 연구를 병행해 왔습니다. 또한 ‘기후 불평등보고서’와 ‘에너지 복지 정책’ 등을 연구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어쩌다 기후 악당』, 『탈성장 도시와 에너지 전환』, 『오늘부터 시작하는 탄소중립』 등이 있습니다.
신간 『기후난민』 표지. (이미지=드레북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