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 지난주 발행한 “세계 가뭄 전망(Global Drought Outlook)” 보고서의 표지 사진. (사진=OECD)
[뉴스토마토 서경주 객원기자] 전 세계적으로는 가뭄과 물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주 “세계 가뭄 전망(Global Drought Outlook)”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세계 가뭄 전망”은 기후변화라는 맥락 속에서 전 세계 가뭄 위험, 영향, 정책 대응에 대한 종합 평가를 제공합니다.
이 보고서는 또 기후변화가 가뭄 피해를 어떻게 증폭시키는지에 관한 최신 데이터를 요약하고,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파급 효과를 포함한 가뭄의 경제적 피해에 대한 새로운 추정치를 제시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표면의 약 40%가 최근 수십 년간 가뭄의 빈도와 강도의 증가를 경험했으며, 가뭄 한 번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의 평균치도 2000년 대비 두 배 이상 커졌습니다. 1900년 대비 현재 가뭄을 겪는 지구 표면의 면적이 두 배로 증가했으며, 전체 육지의 40%에서 가뭄 빈도와 강도가 높아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기후 위기 속에서 가뭄의 빈도와 강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환경적·경제적·사회적 타격이 전방위적으로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전 세계가 ‘더 건조한 미래’에 대비해 통합적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뭄, 생태·경제·사회에 미치는 충격 심각
가뭄에 따른 토양 건조 및 식생 피해 증가로 전 세계 토지의 약 37%가 비정상적인 수분 손실을 경험했으며, 하천과 지하수도 감소 추세입니다. 가뭄은 산림·습지·야생생물의 생존 등을 위협하고 토지 황폐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를 초래합니다.
가뭄은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OECD 분석 결과, 가뭄에 따른 연간 경제 손실이 매년 3~7.5%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 가뭄으로 인한 평균 경제적 피해는 2000년 때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35년에는 경제 손실이 최소 3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일부 비관적인 관측은 최대 11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가뭄이 심한 경우 작물 수확량이 최대 22% 감소합니다.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도 농업 부문에서 가뭄으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가뭄은 수운과 발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운하 물동량은 최대 40% 감소하고, 수력 발전량도 25% 이상 떨어질 수 있습니다. 공업용수 부족은 공장 가동 중단 등 공급망 혼란을 비롯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줍니다.
가뭄은 또 사회 불안을 조성합니다. 가뭄은 전 세계 재난 사망자의 34%를 차지하며, 기아·빈곤·난민 등의 원인이 됩니다. 특히 저소득층과 농촌 지역 주민들이 크게 피해를 겪고, 일부 지역에서는 사회 불안이나 정치 갈등의 간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뭄의 영향을 받는 지역은 1900년 10% 2020년에는 30%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 120년 동안 가뭄의 영향을 받는 지역의 추세를 나타내는 그래프. (이미지=OECD)
물 관리 체계 강화해야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다양한 정책 수단을 포함한 대응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수요 관리와 물의 공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댐·저수지·지하수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추가적으로 도시의 빗물 투수면을 확보하고 산림과 습지를 보존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개방형 수로를 줄이고 스프링클러와 드립식으로 관개 방식을 개선하면 농업용수의 수요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물을 경작지로 흘려보내는 담수관개(湛水灌漑)에 비해 스프링클러는 54%, 드립식은 최대 76%까지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가뭄 저항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작물 품종 개발도 필요합니다. 현재 전 세계 담수 공급량의 약 70%가 농업 부문에 쓰이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물, 에너지, 교통, 산업, 도시, 보건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물 관리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뭄 대비 선제 투자 경제 효과 높아
OECD는 “가뭄 회복탄력성에 투자된 1달러가 최대 10달러의 경제적 수익을 가져온다”며, 예방 중심의 투자 전략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가뭄 위기 대응에 있어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전략을 동시에 추진할 것을 제언합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통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C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가뭄 빈도·강도를 줄이는 핵심 방안이라고 강조합니다.
또한, 각국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데이터를 공유하고, 기초 인프라 개선과 소규모 농민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 체계를 확대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OECD의 ‘세계 가뭄 전망’은 더 건조해질 미래를 예고하며, ‘속도가 생명’인 가뭄 대응에서 선제적·통합적 전략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합니다. 또한 물·토지·에너지·산업·사회를 아우르는 종합적이고 체계적 관리야말로 기후 위기 속에서 인류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지켜가는 열쇠라는 것을 시사합니다.
한 어린이가 말라버린 하천을 파헤쳐 식수를 퍼담고 있다. (사진=UNICEF)
서경주 객원기자 kjsuh57@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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