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주민교회에서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드디어 투표일의 아침이 밝았네요. 짧았지만, 또 어떤 의미로는 험난하고 지난했던 대선 레이스도 이제 결승점이 임박했습니다. 이변은 없을 것 같습니다. 뒤쳐진 후보들은 어떻게든 드라마틱한 막판 변곡점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이례적으로 청계천과 서문시장으로 출동했지만, ‘보수 결집’의 효과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지지율 격차가 크고, 이번 대선의 화두가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 세력 심판인 탓으로 보입니다.
보수 진영의 총력전이 무기력했던 반면, 그동안 별 탈 없이 선거를 이끌었던 이재명 후보는 마지막 날 비교적 ‘큰 사고’를 친 듯합니다. 어제 아침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자신의 공직선거법 사건 판결과 관련해 언급했는데, 내용이 좀 심각합니다.
“대법원 쪽에서 저한테 직접은 (연락이) 오지 않았지만, 일부 소통이 있지 않겠나. 사람 사는 세상이기에 (소통이) 없을 수 없다. 제가 들은 바로는 빨리 깔끔하게 기각해 주자는 쪽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바뀌었다고 하더라.”
지지율이 크게 앞서고 있어 방심했던 것일까요? 해서는 안될 부적절한 발언이었습니다. 사실이라면 사법부와 사실상 물밑 접촉을 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들립니다. 평범한 시민들은 아마도 ‘권력자들은 자신의 재판 결과에 관해 미리 언질 정도는 듣는구나’라고 오해할 수도 있는 내용입니다.
현재로선 이 후보의 발언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대법원의 내부자가 민주당과 접촉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대법원 언저리의 누군가 건너건너 전해준 이야기가 부풀려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예 없던 사실인데, 이 후보가 잘못 전달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대선이 끝나더라도, 이 후보가 명확하게 설명하고 사실 관계를 바로잡아야 할 사안으로 보입니다. 이 후보에게도 부담이지만, 사법부 역시 구성원 중 일부가 정치권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불명예를 뒤집어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법부 신뢰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 후보가 사태를 적절히 수습하더라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할 또다른 문제가 남습니다. 바로 소통 방식과 소통 대상의 문제입니다. 이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기자회견 한두 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자신에게 우호적인 유튜브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습니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가 자신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세상이 변해서, 기존 언론 대신 유튜브를 택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의견에 귀기울이고 국민통합에 힘쓰겠다는 유력 대통령 후보의 행보로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
이 후보는 지난 3월에도 우호적인 유튜브에 출연해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이 ‘비명계와 검찰의 내통한 결과’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이 발언으로 상당한 역풍에 곤욕을 치른 바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발언’ 역시 우호적인 유튜브에 나와서 한 말입니다.
친밀하고 우호적이라고 느끼는 언론과 ‘끼리끼리’ 이야기 하다 보면, 이런 사고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긴장감도, 균형감도, 객관적인 시각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 후보의 이번 실수가 판세를 뒤집을 정도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자신에게 우호적인 질문, 듣기 좋은 평가를 하는 언론만 상대하려 한다면, 그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윤석열이 그 폐해를 명징하게 보여준 바 있습니다.
내일부터는 탐탁치 않고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언론에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래야 실패하지 않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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