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시절 극우 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자유와연대' 창립총회에서 축사를 전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행사에는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도 와서 "여론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스마트폰 공부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 일명 자손군 활동을 선전한 겁니다.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극우 유튜버로 활동하던 김 후보가 리박스쿨의 '자손군' 활동을 알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정황이 계속 드러나는 모양새입니다.
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김 후보는 2022년 11월1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극우 단체 '자유와연대'가 출범식에 영상 축사를 보냈습니다. 자유와연대는 윤석열정부 퇴진 운동을 펼치는 종북 좌파·촛불 세력에 적극 맞서겠다며 80여개 보수 우파 시민단체가 모여 결성된 단체입니다. 윤석열씨 탄핵 반대에 앞장선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와 나라지킴이고교연합, 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 국민노조 등 단체가 포함됐습니다.
김문수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자유와연대' 출범식에서 축사를 전하고 있다. (이미지=김상진TV 갈무리)
김 후보가 자유와연대에 영상 축사를 보낸 시점은 경사노위 위원장으로 임명된 지 2개월째 되던 때였습니다. 김 후보가 행사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미리 찍어둔 영상 축사를 전한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됩니다. 김 후보는 당시 2분15초 분량의 영상 축사에서 "여러 곳에서 함께 활동하시는 분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자유기업 시장경제 체제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 하나의 깃발로 뭉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승만 대통령의 말씀이다. 이제는 뭉쳐야 한다. 함께 대한민국 사랑하는 뜨거운 마음으로 우리가 모두 애국심 하나로 함께 위대한 대한민국을 구해내자"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자손군' 논란을 촉발한 리박스쿨의 손효숙 대표도 당시 행사에 참석, 여론전에 나설 것을 선동했습니다. 손 대표는 "세대를 아울러서 저희가 하나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스마트폰 기반 사회가 됐다"며 "우리 청년들이 나와서 새로운 기술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처럼 여러분께서 가족이 스마트폰 서로 공유하고 중요한 여론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술을 공유하는 공부가 계속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리박스쿨에서 스마트폰 교육을 무료로 제공할 테니 여러분들께서 언제든지 오셔서 공부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이 시기는 리박스쿨 사무실에 '댓글이 여론'이라며 댓글 봉사 '자손군'을 모집했던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걸던 때와 일치합니다.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2022년 11월 열린 '자유와연대'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미지=김상진TV 갈무리)
이런 맥락에서 당시 행사에 참여한 인사들은 리박스쿨의 '자손군' 활동을 충분히 인지했을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송 대표는 함께 행사에 온 대한청년자유협회 대표 홍모씨를 언급하면서 그가 리박스쿨에서 역사교육을 받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홍씨도 축사를 통해 "거대한 주사파 세력은 적은 수지만 강하고 조직적으로 뭉쳐 있다. 거대한 파괴 세력과 싸우려면 하나로 뭉치는 방법밖에 없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며 "이승만 대통령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고 뭉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문수 후보와 약속이나 한 듯 '흩어지면 죽는다, 뭉쳐야 한다'고 한 겁니다.
홍씨는 그러면서 "좌파 쪽 단체와 우리(우파)는 싸우는 방법이 다르다. 우리는 충분한 근거 수집 후 그것이 확실해지면 그것을 공론화시킨다. 좌파 쪽은 공론화와 선동을 먼저 한 뒤에 증거를 조작한다"며 "우리가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는 동안 게임은 끝나버린다. 이미 문재인정부 때 거짓된 세력들을 여기저기 심어놔서 진실된 이론만으로 싸워서 이기기는 힘들어져버렸다. 그래서 저희도 저희들이 하는 방식이 옳고 맞는 방식이지만 좀 더 전략적인 방법을 사용해서 그들과 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행사 자료를 보면 김대남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소통비서관 직무대리도 내빈으로 참석한 걸로 보입니다. 김 전 비서관은 2022년 20대 대선 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대책본부 조직국장으로 활동하며 전국 지지 단체들을 관리했던 인물입니다.
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영상 축사를 통해 "이런 엄중한 시기에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시는 애국동지 여러분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자유 체제의 수호를 다짐하며 오늘 자유와연대의 창립에 큰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자유와연대는) 자유민주주의 국민 운동의 본산이 될 것"이라며 우리 국민의힘도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낮은 자세로 경청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극우 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연합체의 창립식에 김 후보와 송 대표가 동시에 축사를 했다는 건 두 사람의 인식과 사상의 궤가 유사하다는 걸 방증합니다. 김 후보는 그간 문재인정부를 주사파 세력의 집권이라고 규정하고 보수 우파가 뭉쳐서 투쟁할 것을 강조한 인물입니다. 그는 2019년 11월 출간된 『대한민국 파괴되고 있는가: 문재인 정권의 대한민국의 파괴』라는 책에서 "지금은 투쟁해야 이길 수 있다. 뭉쳐야 이길 수 있다. 전략 전술이 있어야 이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 후보가 책을 펴낸 건 2020년 4·15 총선을 불과 반년 앞둔 시점입니다.
특히 김 후보는 주사파 세력 척결을 위해 우파 단체들이 결집하고, 법을 넘나드는 행위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습니다. 그는 앞선 책에서 "통상의 선거운동으로는 권력을 잡고 있는 주사파를 이길 수 없다"며 "자유민주주의 세력이 순진하게, 선거법을 지키면서 막말하지 않고 착실하게 바닥을 누비며, 정책선거운동을 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종교 조직과 태극기 세력의 조직이 모두 뭉쳐서, 주사파 후보와 주사파 정당을 가려내 낙선운동을 벌이고, 애국 후보를 당선시켜야 한다"며 "좌파들이 하는 것 이상으로 서로 협력하고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함께 종북 주사파를 끝까지 척결해 나가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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