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21대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진다면 새 정부에선 검찰개혁이 주요 과제가 될 걸로 보입니다. 검찰공화국에서 벌어진 계엄을 딛고 정권교체를 이룬 만큼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피한 겁니다. 실제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달 12일 10대 정치·사법 개혁과제 중 하나로 '검찰개혁 완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에서 미완으로 끝난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하겠다는 겁니다. 개혁의 뼈대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 검찰을 공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처)을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개혁을 위해선 '좌고우면'하지 않고 속도감 있게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가수사본부, 중수청까지 옥상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12일 낸 10대 공약엔 '검찰개혁' 구상이 담겼습니다. △수사·기소 분리 및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 강화 △검사 파면 제도 도입 등입니다. 개혁에 대한 밑그림은 이 후보가 지난달 15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에 출연해서 했던 말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시 그는 "공수처를 대폭 강화할 생각"이라며 "(검찰이) 기소하기 위해 수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 기소청·공소청·수사청으로 철저히 분리해 견제케 하고, 수사기관끼리 상호 견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검찰청법을 개정, 검찰이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한해서만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시행령을 개정, 부패·경제범죄 범위를 넓혔습니다.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입니다. 현재 검찰은 공직자 범죄로 분류된 직권남용죄 등 주요 사건 수사도 가능합니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사진=뉴시스)
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려면 검찰의 수사 개시권을 없애야 합니다.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검찰청법 폐지 후 공소청법 신설입니다. 관련 법을 제·개정하면 검찰은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하는 공소청으로 전환됩니다. 대신 검찰이 전담해 왔던 중요 범죄수사 영역은 중수청을 신설해 맡기게 됩니다. 검찰청 폐지에 따른 '수사력 공백'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입니다. 중수청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선거사범 △방위사업 비리 △대형참사 △범죄조직 △테러 △마약 등 8대 범죄 수사를 담당합니다. 검찰개혁의 성패는 중수청이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따라 달라질 걸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가 있는 마당에 중수청까지 또 만들면 수사의 옥상옥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중수청은 검찰의 수사권만 떼어 놓은 기관입니다. 중요범죄의 경우 중수청에 수사 우선권을 부여하지만, 중수청이 담당하는 사건에 대해 다른 수사기관이 전혀 접근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공수처와 국수본, 중수청을 설립한 목적은 각각의 견제가 핵심이지 옥상옥 우려는 기우라는 지적입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수사기관에만 배태적인 수사권을 몰아준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공수처, 국수본, 중수청 설립은 3개 수사기관이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수청이 제 역할을 하려면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경찰·검찰의 숙련된 수사인력을 중수청으로 이동시켜 정착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할 걸로 보입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수청을 독자적 인사와 급여체계를 갖춘 기관으로 만들고, 경찰·검찰에서 우수한 수사 인력들을 데려고 와야 한다"며 "지금 경찰처럼 승진하기 위해 인사권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조가 돼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조직 구성원이 인사권자 눈치만 보면, 수사가 인사권자 입맛에 따라 변질·왜곡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중수청을 어디 산하로 둘 것인지도 독립성 확보의 관건입니다. 민주당 검찰개혁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7월 공청회에서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로 두되, 중수청은 국무총리실 산하로 두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또 앞서 그해 4월 조국혁신당은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되, 공소청의 기소권에 대한 시민 통제를 위한 '기소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가 될 경우 중수처가 되고, 행정 각 부 소속면 중수청이 됩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만든다고 해서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범죄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범죄자가 아닌 사람들의 억울함이 없도록 만들어주는 게 형사사법 체계의 근본이다. 공소청·중수청·공수처 3개 기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먼저 돼야 한다. 수사 절차와 권한 분배에 대한 심층적이고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새 정부가 개혁을 완수하려면 좌고우면해선 안 된다고 조언도 이어졌습니다. 서보학 교수는 "검찰개혁은 시간을 두고 하면 안 된다"며 "정권 바뀌자마자 늦어도 3개월 내 전격적으로 검찰청 폐지하고, 중수청 신설 법안 통과시켜야 한다. 전격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 교수는 "검찰개혁 논의는 지금까지 많이 됐고, 문재인정부 때 중수청 법안도 나왔다. 결단만 남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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