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 '34.74%' 역대 2번째 …이번에도 '서고동저'
전문가 "선관위 부실 관리에 평일 투표 한계도"
'사전투표' 호남 항상 높아…영남 불신론 작용도
2025-06-01 16:31:28 2025-06-01 16:31:28
[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34.74%의 투표율로 마감됐습니다. 조기에 치러진 대선 사전투표가 양일 모두 평일이란 점에도 불구하고 역대 두 번째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는데요. 특히 호남 지역은 50%를 넘는 사전투표율을 보이면서 전체 투표율을 견인했습니다. 반면 대구 지역에선 20%대 투표율을 보여 전국에서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누리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서쪽이 높고 동쪽이 투표율이 낮은 높은 이른바 '서고동저' 현상이 특정 정당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속단할 수 없다고 합니다. 또 사전투표가 평일임에도 높았던 것에 대해선 '계엄'으로 인해 내란을 일으킨 세력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둘째 날 사전투표율이 중간에 꺾인 것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부실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선관위 관리부실 논란에…역대 최고치 경신 못했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대선 사전투표율은 34.74%(1542만3607명)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대선보다 2.19%포인트 낮은 수치입니다. 전날 최종 투표율이 19.5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둘째 날인 30일 오후 2시 기점으로 20대 대선보다 수치가 떨어졌는데요. 이는 지난 대선 사전투표가 주말을 포함해 진행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이틀 다 평일에 진행됐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선관위의 관리부실도 사전투표율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분석됐습니다. 사전투표 첫날 서울 서대문구의 한 사전투표소는 건물 밖으로 선 시민들 손에 투표용지가 들렸는데요. 이는 투표소에서 본인 확인을 거쳐 투표지와 회송용 봉투를 받은 관외 유권자들이 기표소에 바로 입장하지 못하면서 외부에서 대기하다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기다리던 유권자 중에는 투표용지를 받은 상태로 외부에서 식사를 하고 왔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 밖에도 서울 강남구에서는 배우자 신분증을 이용해 2번 투표한 60대 선거 사무원이 현장에 즉시 체포되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또 기표된 투표지가 회송용 봉투에서 발견됐다고 신고됐는데요. 관련 내용에 대해 경찰은 자작극이 의심되는 사례라며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처럼 선관위의 사전투표 관리 부실이 논란되자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는 잇단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에 대해 "선관위는 국민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걸 직시하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지난 31일 "투표 부실 관리에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사과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부 유권자들이 사전투표를 망설이며, 사전투표 둘째 날 투표 심리가 꺾인 것으로 봤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과 특임교수는 "사전투표가 양일 평일임에도 높은 투표율을 보였지만, 선관위의 관리 부실 논란 때문에 중간에 사전투표가 꺾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이자 평론가는 "선관위 부실관리보단 평일에 진행된 사전투표란 점이 결정적으로 투표율 감소로 이어진 것 같다"고 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호남서 50% 넘어 '표 결집'…대구는 '20%대'
 
지역별로 사전투표율을 살펴보면 '서고동저' 현상이 뚜렷합니다.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곳은 전남으로 56.50%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전북 53.01%, 광주 52.12%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처럼 호남지역에서 50%를 넘기면서 전체 득표율을 견인했습니다. 반면 대구는 25.63%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경북과 경남은 평균보다 조금 낮은 31%대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의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민주당에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질 수 있으나, 실제 결과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특히 서고동저 현상은 과거에도 꾸준히 이어져왔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전남과 전북의 사전투표율은 각각 51.45%, 48.63%로 대구(33.91%)와 울산(35.3%)을 압도했지만, 최종 투표율에는 2~3% 포인트의 격차로 좁혀졌습니다. 
 
또 비교적 진보적인 젊은 층의 투표율이 상승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2030 유권자를 중심으로 성별에 따라 지지하는 진영이 엇갈리는 모습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창렬 교수는 "전체 투표율이 높은 건 심판론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며, 호남 지역에서 사전투표율이 50%대를 넘긴 것을 두고 어떤 진영에 유불리를 따지긴 어려운 점이 있으나, 굳이 따지면 민주당에 유리할 수 있다"며 "다만 영남지역은 '사전투표 불신'이 있어 본투표를 더 많이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영남 지역 일부에서 패배론이 팽배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요인도 있다고 봤는데요. 박상병 교수는 "일부 영남 지역 사람들 중에는 투표를 하든 말든 이미 게임을 끝났다고 보는 이들도 적잖게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호남에 사전투표율이 높았던 것에 대해선 "지난번 대선에서 0.73%포인트로 이재명 후보가 지지 않았나. 그때 호남이 더 똘똘 뭉치지 못했다는 일종의 부채감도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