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세액공제·수출지원…"질병코드 저지 먼저"
이 대통령, 후보 시절 기성세대 편견 비판
민주당 게임특위 정책 제안 '지속성' 기대
2025-06-04 15:16:04 2025-06-04 16:23:38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이재명정부 출범으로 게임 문화·산업 진흥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업계에선 게임 이용 자체에 낙인을 찍는 질병코드 도입 저지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질병코드 해결이 우선"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21대 대선에서 한류 문화콘텐츠 인프라 구축을 위해 △균형 있는 게임문화 조성 △규제 개선 △글로벌 진출 지원 △인디게임 활성화를 공약했습니다. 게임 중소기업 수출 참여 프로그램 확대와 경쟁력 확보에도 주력한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공약은 3월 출범한 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활동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특위는 최근 게임 제작비 세액 공제와 게임 전용 펀드 도입, 수출 지원 제도 등을 당에 제안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게임 질병코드 등재 도입 유보 △게임분야 거버넌스 개편 △중소 인디 게임 제작 지원 확대 △글로벌 진출 활성화 △금융 투자 활성화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 개선 △e스포츠산업 진흥을 위한 지원정책 △게임 인식 개선 및 이용자 편익 확대와 기타 부문에 대한 내용 등입니다.
 
이재명정부 게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 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유보가 꼽힙니다. 학계와 업계는 게임에 대한 과도한 병리화와 낙인 효과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산업을 지원해도 게임 이용 행위와 산업 자체에 낙인이 찍히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질병코드는 게임 자체에 대해 나쁜 인상을 심어주므로 그 부분을 먼저 신경 써주시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게임특위는 질병코드 도입 저지 의지가 확고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위 부위원장인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질병코드 도입 유보라는 건 단순 반대 수준이 아니라 막겠다는 뜻"이라며 "여성가족부 등 각 부처 협의로 질병코드 도입 시기를 최대한 늦추거나 아예 시행되지 않도록 하자는 게 저희 기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보수 정권의 게임에 대한 몰이해를 비판하고 게임 문화·산업 발전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광주에서 'e스포츠 산업 현장 간담회'를 열고 "박근혜정권 때 제가 성남시장 할 때 게임을 '4대 중독'으로 규정해서 엄청나게 규제했다"며 "이걸 마약 중독과 똑같이 취급해서 규제도 하는 바람에 (원래 한국이) 세계 게임 종주국이었는데, 중국에 그때 추월당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예전에 동네 만화방 가면 공부 안한다고 끌고 나온다고 했는데 지금 (게임도) 딱 경계 지점"이라며 "인식을 바꿔야겠다"고 했습니다.
 
게임계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문제를 두고 하반기 통계청이 작성할 한국표준질병분류(KCD) 개정 초안 포함 여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새 정부의 게임 문화·산업 발전 기조가 통계청 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모읍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사진=연합뉴스)
 
"모태펀드 특화로 산업 성장을"
 
업계는 세액공제와 모태펀드 도입에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영화·방송 콘텐츠는 조세특례제한법 25조의2에 따라 제작비용 세액공제를 받지만, 게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게임은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에 속하지만, 문화비 소득공제에 포함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목됩니다.
 
이 대통령이 중소 게임사 경쟁력 확보를 약속한 만큼, 전용 모태펀드 도입 여부도 관심을 끕니다. 모태펀드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벤처투자조합 등 자펀드에 출자하는 펀드입니다.
 
김지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한국 모태펀드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 1.9%에 불과합니다.
 
모태펀드에서 게임 산업 투자는 '문화계정'을 통해 진행됩니다. 해당 투자액은 2636억원인데요. 이는 영화 산업 투자액의 25% 수준입니다.
 
게임은 소수가 큰 수익을 거두는 대표적 고위험 고수익 산업입니다. 인공지능(AI)의 대두와 빠르게 변하는 산업 지형, 전 세계 동시 출시 흐름과 국가별 현지화 전략 등으로 투자 규모 확대가 절실합니다.
 
하지만 모태펀드 내 게임 산업 이해도 부족과 투자 감소 등으로 중소 개발사의 불황이 지속된다는 게 김 변호사 설명입니다.
 
김 변호사는 지난달 27일 대담회에서 "게임 산업의 성장과 패러다임 변화에 기해 게임 산업에 특화된 콘텐츠의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는 모델 구체화와 VC(벤처캐피탈) 담당자 양성이 필요하다"며 "중소·인디 게임사에 대한 투자를 통해 다수의 글로벌 흥행 게임이 제작되는 경우 게임 산업뿐 아니라 K-컬처 전반의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인천 계양구 사저에서 김명수 합참의장과 통화하며 군 통수권 이양 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임 거버넌스 개편에도 힘이 실릴 전망입니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게임 민간 자율 심의 도입과 새로운 게임 전담 조직의 사후 관리를 공약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민주당 게임특위는 게임·e스포츠 컨트롤타워(산업 진흥원) 신설을 당에 제안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분류·사후관리 기능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e스포츠 진흥 기능을 합치는 방안입니다.
 
이재명정부는 앞으로도 게임특위와 함께 게임 정책 연구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게임특위 부위원장인 조승래 의원 측은 "1차적으로 (특위가)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에 당분간 실행 방안 고민에 집중하려 한다"며 "(이 대통령) 공약에 담긴 게임 거버넌스 개편부터 준비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교수는 "이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부터 게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굉장히 크셨기 때문에 게임특위가 존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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