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재 인턴기자] 대선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여전히 혐오와 차별적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이번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인 설난영 여사를 향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습니다. 보수 진영에선 "여성과 노동자에 대한 멸시"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8일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출처=딴지방송국 화면 캡처)
유시민 "설난영, 제정신 아냐"
유 전 이사장은 지난 28일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했습니다. 해당 방송에서 설 여사가 'SNL 코리아'에 출연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비판한 걸 언급하며 "후보의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를 공개적으로 대놓고 헐뜯는 건 처음 본다"며 화두를 꺼냈습니다.
그는 "설씨는 구로공단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이었고 김 후보는 학출(대학 출신) 노동자로서 '찐 노동자'와 혼인한 것"이라며 "설씨가 생각하기에는 나하고는 균형이 안 맞을 정도로 김 후보는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 남자와의 혼인을 통해서 내가 좀 더 고양됐다고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 남편이 감옥에 들락날락하면서 그 뒷바라지하러 다니고, 구속자 가족으로서 투쟁하며 험하게 살다가 국회의원·경기도지사 사모님이 됐잖나"라며 "남편을 더욱 우러러보게 됐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유 전 이사장은 "그런데 (이제는 남편이) 대통령 후보까지 됐다. 우리처럼 데이터를 보는 사람은 김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생각하지만, 본인은 그렇지 않다"며 "영부인도 될 수 있으니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유 전 이사장과 김 후보는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1980년대에 학생·노동운동을 같이 했습니다. 유 전 이사장은 김 후보가 당시 감옥에 투옥됐을 때 적극적으로 구명 운동을 펼쳤으며, 김 후보 부부와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범보수 진영, 유시민 맹공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부인 설난영씨가 지난 29일 경기도 성남 모란민속 5일장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범보수 진영 대선 주자들은 진보 진영의 대표적 스피커인 유 전 이사장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위선적 진보 진영 심판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김 후보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 노동자 학력 비하 투표로 심판해주십시오"라고 올렸습니다.
이어 "제 아내 설난영씨는 25세에 세진전자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될 만큼 똑 부러진 여성이었다"면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탁아소를 운영한 열정적인 노동운동가였다"고 했습니다. 김 후보는 "인생에서 갈 수 있는 자리가 따로 있고 갈 수 없는 자리가 따로 있나"라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설난영이 김문수고, 김문수가 설난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경기도 가평 선거 유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은) 전형적인 진보 위선자들의 행태라고 생각한다"며 "학벌과 노동운동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많은 시민들이 과거 586 운동권들의 위선적 행태를 봐오셨을 것"이라며 "또다시 586 운동권들의 이런 위선들이 활개 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 전 이사장이 설난영 여사에게 퍼부은 발언이야말로 좌파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비뚤어진 계급주의적 사고관과 봉건적 여성관을 여과 없이 드러낸 망언"이라며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나타나는 저들의 선택적 분노는 좌파의 내로남불과 위선을 아주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유시민의 망언은 단순한 여성 비하나 노동자 폄하를 넘어, 한 부부가 오랜 세월 쌓아온 동반자적 신뢰와 연대의 가치를 모욕한 것"이라며 "입버릇처럼 평등을 외치고 양성 평등을 말하지만, 저들의 사고 밑바닥에는 늘 성골·진골식 우월감과 차별 의식이 깊이 배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 전 이사장이 한 발언을 보고 경악했다"며 "한 여성의 삶 전체를 남편의 존재에 기대 형성된 허상으로 규정하고, 정치적 정당성을 박탈하려는 계급주의적 비하이며, 그 속엔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멸시와 오만이 배어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 후보는 "학벌 비하 유시민. 여성 비하 유시민. 노인 비하 유시민. 그의 언행은 위선과 선민의식으로 가득 찬, 도태돼야 할 낡은 진보 지식인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면서 "위선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 이준석에게 투표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선재 인턴기자 seonjaelee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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