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답하라"…이준석 '막장 드라마'
끝까지 "순화된 표현"…아무리 검증이라지만
비상계엄 끝에 치르는 조기 대선, 혐오로 종지부?
2025-05-29 18:06:23 2025-05-29 18:48:14
 
[뉴스토마토 박주용·차철우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가 전례 없는 막장 드라마로 치닫고 있습니다. 마지막 TV토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여성 신체와 관련해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이 막장 드라마의 시발점이었습니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순화한 버전"이라며 끝까지 자신의 발언이 정당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는데요. 더군다나 자신의 여성 혐오 발언을 후보자 가족 검증으로 포장하며 논점을 흐리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겐 사과를 요구하며 책임을 돌렸습니다. 비상계엄 사태 끝에 치르는 조기 대선인 만큼 후보들 간 미래 지향적 비전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대선 막판에 혐오의 언어가 판치는 양상입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TV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표현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 질문 어디에 혐오 있나"…이준석, 이재명에 책임 전가
 
이준석 후보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TV토론 발언과 관련해 "워낙 심한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표현들이라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재명 후보"라고 화살을 돌렸습니다. 그는 "내 질문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단계적 검증이었다"며 "대통령 후보자 가족에 대한 검증은 사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임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또 "문제를 제기한 내게 혐오의 낙인을 찍는 집단 린치가 계속되고 있다"며 "내가 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냐. 정말 성범죄자로 지탄받아야 할 이는 누구냐"고 계속해서 이재명 후보를 정조준했습니다. 이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게시한 이들은 자진 삭제하고 공개 사과하라"며 향후 법적 대응도 예고했습니다.
 
앞서 이준석 후보는 지난 27일 TV토론에서 이재명 후보 아들이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 여성 신체에 대한 원색적 표현이 담긴 인터넷 게시글을 여과 없이 읽어 거센 여론의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시민단체 등의 고발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잇단 비판에도 이준석 후보는 재차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문제 되는 단어를 무엇으로 순화할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준석발 망언에…대선판 '아수라장'
 
오히려 이준석 후보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 없이 이재명 후보에게 아들과 관련한 논란에 거듭 사과를 촉구하면서 이 사안을 정치적 공방전으로 끌고 가는 모습입니다.
 
국민의힘도 이재명 후보를 향한 비판에 가세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의 저격수로 꼽히는 장영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진실대응전략단장까지 참전했습니다. 장 단장을 중심으로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쓴 도박 자금과 결혼식 준비 비용 출처 등을 따지겠다는 겁니다. 또 국민의힘은 아들의 성적 혐오 발언과 불법 도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재명 가족 비리 진상조사단'도 구성했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가족 관련 논란을 끊임없이 일으키는 이재명 후보야 말로 당장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민주당은 '이준석 망언집'을 공개하며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망언집에는 이준석 후보가 과거 위안부 피해자를 '이해당사자'라고 언급한 내용, 여성 투표율이 낮다는 취지의 말을 한 내용,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천찍XX'라는 저속한 표현을 쓴 내용 등이 담겨있습니다. 민주당에서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 아들의 '댓글 논란'을 저격한 데 따른 대응입니다.
 
다만 이재명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자신의 아들과 관련된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한 직접적인 대응은 피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구 신촌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엄중한 시기에 내란 극복, 민생 회복에 대해서, 또 국가 운명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런 선거가 되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여성본부 소속 의원들이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이재명 후보 아들의 성적혐오글 게시" 등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선 막판 극심한 네거티브…'민주주의 위협'
 
대선 막판으로 갈수록 현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해법과 비전을 내놓기보다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으로 극심한 네거티브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서로가 진흙탕 싸움에 빠져드는 양상인데요.
 
이번 현안의 본질적인 문제 역시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에 몰입하다보니 TV토론에서 여성의 신체에 대한 부적절한 표현을 여과 없이 그대로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대선 후보 아들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해도, 전 국민이 지켜보는 TV토론에서 여성의 신체와 관련해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언어를 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1년 전에 페이스북을 통해 '가족의 일탈로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21대 대선이 각 후보들의 비전이 부각되지 않는 선거로 점철되고 있는데요. 특히 네거티브 위주의 정치 문화는 결국 사회 전체의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며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네거티브전이 치열하게 전개될수록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을 낳는다는 결론입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TV토론에서 성폭력에 대한 언행이 매우 중요한데 (이준석 후보가) 거칠게 문제 제기를 한 것에 대해서 문제가 있었다"며 "이준석 후보 본인은 이재명 후보의 아들과 관련해 성인지에 대한 입장을 묻고 싶었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충분한 설명없이 진행되다 보니 논란이 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재명·이준석 후보가) 서로 네거티브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국민들이 볼 때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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