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일본 국채 불신에 '엔케리 트레이드' 경계령
일본 장기 국채 금리 사상 최고치 30년물 3% 상회
일본 재정 건전성 저하, 채권 보유 금융사 손실 위기
금리 폭등 상황 지속 시 국내 채권 시장으로 전염은 우려
2025-05-27 16:27:56 2025-05-27 16: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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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통상 일본의 장기 국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왔지만 최근에는 재정건전성 악화와 금융기관들의 채권 투자 손실이 이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장기물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고 수준을 오르내리며 시장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아직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채권시장의 연계성을 감안할 때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 재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장기물 국채 금리 3% 돌파
 
27일 미국 증권 정보 사이트 인베스트닷컴에 따르면 일본 30년물과 40년물 국채 금리는 오전 각각 3.029%, 3.52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1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인 3.185%, 3.635% 보다는 소폭 낮아진 수준이지만 심리적 저항선으로 거론되는 3% 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일본 30년물 국채 이자율 변화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지난주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본 국채 금리 폭등은 일본 국채의 주요 매수자였던 일본의 생명보험사들의 국채 매입 감소 때문으로 추측된다. 니혼게이자이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 주요 생보사들은 올해 회계연도(2025년4월~2026년3월) 일본 국채 보유잔액을 총 1조3000억엔(91억달러) 줄이기로 결정했다.
 
일본 국채 보유 비율 현황 (사진=블룸버그통신)
 
그간 일본 생보사들은 일본은행에 이어 일본 국채의 주요 매수처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국채의 전체 잔액 중 52.0%를 일본은행이 보유 중이고 그 뒤를 이어 일본 생명보험사들이 13.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새로 도입된 일본 금융당국의 자본규제안에 따라 일본 생명보험사들은 금리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 감소를 줄이기 위해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을 줄이도록 요구받았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사들의 국채 매입이 감소한 반면, 일본은행이 발행되는 국채 물량에 대한 투자 수요는 저조해 국채 금리 폭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튜 혼바흐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는 "일본 채권의 높아진 금리 매력과 약 달러 흐름으로 미국 국채에서 일본 국채로 눈을 돌리는 외국인은 더 늘어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일본 현지 생명보험사들의 빈자리를 메우기에 충분할지는 물음표"라고 말했다.
 
국내 영향 제한적…채권 시장 전염 '촉각'
 
미국채 금리 폭등에 이어 일본 국채 금리 폭등에도 아직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26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동일한 2.745%에 거래를 마쳤다. 장기채 금리도 20년물과 30년물 모두 전 거래일 대비 0.2bp, 0.5bp 내린 2.716%, 2.616%에 장을 마감했다.
 
한국 국내 시장이 아직 조용한 이유는 경제 성장 둔화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현행 연 2.75%인 기준금리를 연내 연 2.00%까지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기에 더해 최근 원화가 일부 외국인 투자자에게 환헤지 수단으로 이용되면서 원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국채 안전성이 계속 떨어질 경우 국내로 전염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발발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후폭풍이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낮은 금리를 이용해 엔화로 자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전략이다. '핫머니'다보니 일본의 금리가 높아지면 해외로 투자한 엔화 자금이 일시에 회수되기에 글로벌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2024년 7월31일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금리인상을 결정하자 엔화 자금이 일본으로 다시 몰리면서 전세계적으로 주식시장 폭락과 국채 금리 폭등이 발생한 바 있다.
 
박상현 아이엠증권 연구위원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국채 금리 폭등이 계속될 경우 채권시장부터 영향권에 들 것이란 진단을 내놨다.
 
그는 “현재 일본 엔화의 평가 절상이 원화 가치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현재까지는 일본발 자금이 국내에 많지 않지만, 국채 가격 폭락으로 미국에 투자한 엔화 자금이 회수될 경우 이는 국내 채권시장과 환율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만성적 재정난에 일본 국채 신뢰성 '흔들' 
 
안전자산으로 통하던 일본 국채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일본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강해지면서 일본 국채 신뢰성 하락이 구조적인 문제로 자리 잡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4대 생명보험사는 지난 회계연도 기준 일본 국내 채권에 대한 평가손실 총액이 8조5450억엔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년도 대비 4배가 넘는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의 평가손실은 1조3858억엔으로 1년 전보다 약 8.6배 늘어났고, 스미토모생명보험은 1조5185억엔, 니혼생명보험과 다이이치생명보험도 각각 3조6000억엔, 2조엔 규모로 손실이 책정됐다.
 

일본 생보사들은 보험 계약에 따른 장기 부채 상환을 초장기 채권 투자로 메꿔왔다. 하지만 생보사들의 국채 매입계획 철회 이후 이를 대체할 국채 매수처가 불문명한 상황이 됐다. 일본 국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일본 정부의 재정 운용도 부담 요인이다. 실제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236.7%로 최악 수준이다. 반면 일본 정부 예산에서 국채 발행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올해 국가 예산 115조5000억엔에서 국채 발행을 통한 조달액이 28조6000억엔에 달한다. 전체 예산에서 국채 상환 예산은 28조2200억엔으로 책정됐다. 빚을 내 빚을 갚는 상황인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선 세수 확대나 재정지출 감소를 통한 건전성 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 생각은 다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야당인 국민민주당의 소비세 감세 요구에 “일본의 재정 상황은 매우 좋지 않으며 그리스 보다 나쁜 상태”라고 발언해 시장에 파장이 일었다.
 
문제가 된 소비세 감세는 최근 일본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쌀값 폭등 문제에서 나온 논의로 일본 야당에선 소비세 감세를 주장하고 있다. 현 이시바 정부는 감세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오는 7월로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당인 자민당 내부에서도 소비세 감세에 대한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일본 국채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적자 국채 증발 등 재정 확대에 대한 관측이 의식되기 쉬운 분위기 속에서 채권 투자에 대해 신중한 시각이 퍼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급등의 배경엔 단순한 물가 상승 외에도 재정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작용하고 있다”라며 “일본이 가진 고령화와 재정 건전성 악화와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고착화되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 유동성과 채권 수급 영향에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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