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상용화를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서면서 결제부터 통화정책까지 금융 시스템 전반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CBDC 관련 국제 협력 사업인 ‘아고라(Agora)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6대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현재 한국은행은 국내 7개 은행이 참여하는 CBDC 실험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한강'과 함께 미국·영국·프랑스·일본·스위스 등 5대 기축통화국을 비롯해 한국과 멕시코까지 총 7개국 중앙은행이 참여하는 '아고라 프로젝트'를 투트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한강은 오는 6월까지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편의점과 카페, 서점, 마트 등 사용처에서 전자지갑을 통해 QR코드를 찍으면 CBDC를 바탕으로 한 예금토큰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기관용 CBDC와 민간은행의 토큰화된 예금을 결합해 국경 간 지급결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7개국 중앙은행과 함께 민간 금융기관 40여개 등 공공과 민간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국제결제은행(BIS)이 주도하고 국제금융협회(IIF)가 민간 부문을 대표합니다.
CBDC가 상용화되면 금융기관의 지급 및 결제 프로세스가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실시간으로 거래가 기록되기 때문에 금융시스템의 투명성도 높습니다. 특히 기존 국가 간 지급결제(해외송금 등)에 있어 상이한 법률 규제와 표준시간대 차이 등 문제를 해결하고 즉각적인 송금이 이뤄질 수 있기 떄문에 외환 거래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CBDC 보유 한도를 통화정책으로 활용할 경우 경기 충격의 흡수 능력을 높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경기 침체와 같이 부정적인 수요 충격 이후 가계는 소비 지출을 줄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 CBDC보다는 상대적으로 거래 비용이 높은 현금을 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 단위당 부담하는 거래 비용은 낮아지게 됩니다. CBDC가 경기 충격 흡수 능력을 향상시키는 주요 원동력이 되는 겁니다.
한국은행도 아고라 프로젝트가 향후 전 세계가 사용하는 금융인프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토큰화 자산에 대한 글로벌 규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실거래 구현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가장 큰 이슈는 '보안'입니다. CBDC가 해킹되거나 시스템 오류를 일으킬 경우 통화 시스템 자체가 붕괴할 수 있기 떄문입니다. 현재 한국은행은 프로젝트 한강에서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여러 참여자가 공유하는 디지털 시스템으로 거래 기록이나 데이터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며 실제 도입 시 중앙집중식 관제 시스템을 도입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데요. 거래 내역이 모두 기록되는 구조상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개인정보 보호와 투명성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선 분산원장 방식을 사용하고 있으나 퍼미션 방식이라 권한을 중앙은행이 독접하거나 신뢰할 수 있는 일부 참여자에게만 부여하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6월 프로젝트 한강이 마무리되면 추후 새로운 테스트를 하기 위해 준비를 계속하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나오지 않아 준비대는대로 발표를 할 예정"이라면서 "아고라 프로젝트에도 참여하며 맡은 바 역할을 다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은행이 CBDC 상용화를 위한 적극 행보를 보이면서 단순 결제부터 통화정책까지 금융 시스템 전반에 변화가 생길까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