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 개인사업자 대출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습니다. 6·27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하반기 가계대출 영업이 어려워진 만큼 개인사업자 대출에 힘을 쓰겠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가계대출 금리는 올리고 있어 수익 보전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개인사업자 대출금리 줄인하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뱅 3사는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며 경쟁에 나섰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1일 기준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가 최저 3.34%이며, 케이뱅크는 3.94%, 토스뱅크는 연 4.22%입니다.
토스뱅크는 '사업자 신용대출'을 전월 동기 4.25~15.00% 대비 4.22~15.00%로 상단은 동일하나 하단 금리를 0.03%p 내렸습니다.
케이뱅크는 '사장님 신용대출' 금리를 전월 동기 4.00~5.82%에서 3.94~5.72%까지 상단 0.10%p, 하단 0.06%p 내렸습니다. 같은 기간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 금리는 2.83~9.72%에서 2.81~9.74%으로 상단은 0.02%p 올리고 하단은 0.02%p 내렸습니다.
인터넷은행 3사가 잇따라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를 내리며 금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최저 금리가 3%대에 진입했으며 케이뱅크도 전월 대비 대출금리를 상하단 모두 인하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납세고지서 도착 안내문과 대출 전단지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반면 인뱅들은 이달 들어 가계대출 금리는 줄줄이 인상했습니다. 이날 기준 주택담보대출 10년 분할상환기준 신규 취급 금리를 보면 카카오뱅크는 3.69~5.41%로 전달보다 올랐습니다. 지난달에는 상하단 모두 3%대였습니다.
케이뱅크 주담대 금리도 3.93~7.72%로 전달 3% 중반대~4% 초반대에서 상하단이 모두 올랐습니다. 주담대 상품이 없는 토스뱅크의 경우 전월세보증금대출 금리가 3.25~5.75%로 올랐습니다. 지난달에는 상하단 모두 3%대였습니다.
일각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를 인하한 만큼 가계대출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 보전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한 인뱅들은 그동안 계속해서 가계대출 이자를 높여 이자 이익으로 역대 최고 이익을 달성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는데요. 이번에도 이자를 높게 받아 이익을 쌓으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가계대출 금리 올려 수익 보전
실제로 인뱅 3사는 모두 탄탄한 이자 실적을 기반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업계 1위인 카카오뱅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374억원으로 전년 동기(1112억원) 대비 23.6% 증가했습니다. 토스뱅크 당기순이익은 187억원으로 전년 동기 148억원 대비 26.15% 증가하며 역대 최대 수치를 보였습니다. 케이뱅크는 161억원으로 전년 507억원 대비 줄었지만, 업비트 가상자산예치금 이용료율 영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뱅 3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이자장사가 꼽힙니다. 대출금리는 높이고 예금금리는 낮게 유지하며 예대금리차(예금금리-대출금리) 차를 확대하는 방식입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뱅의 지난 5월 기준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평균 예대금리차는 1.67~1.98%p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이 1.25~1.62%p를 보인데 비해 상단 0.36%p, 하단 0.42%p 높습니다. 중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을 목적으로 출범한 인뱅들이 포용금융은 뒷전으로 미루고 주담대 등 가계대출을 늘려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인뱅들은 6·2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이자이익이 줄고 신규 대출을 내주지 못하기 때문에 적자를 내지 않기 위해 금리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6·27 부동산 대책에는 각 은행의 하반기 가계대출 목표치를 기존의 50% 수준으로 축소하고, 주담대 및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인뱅들은 해당 대책이 가계대출 비중이 대부분인 인뱅 수익구조에 치명타를 입혔다고 주장합니다.
시중은행은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비중이 대체로 5대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인뱅들은 대출 포트폴리오 대부분을 가계대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의 원화대출금 44조2700억원 가운데 가계자금이 42조200억원으로 95%에 달합니다. 케이뱅크는 원화대출금 16조940억원 중 가계자금이 15조6300억원으로 92%를 차지합니다.
기업금융에 필요한 인력, 심사 시스템, 리스크관리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총량 감축은 인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마저 시중은행과의 경쟁 포화로 여신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하반기 이자이익을 보전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가계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했기 떄문에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사업자 대출에 매진해야 한다"며 "이미 대형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과 비이자이익 등 수익을 창출할 곳이 많지만 출범한지 얼마 안 된 인뱅은 아직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 중이라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뱅들이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기 위해 새 수익원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에 집중하고 있으나 그간 인뱅들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이자를 높이며 이자장사를 받아온 만큼 가계대출 이자를 높여 받고 사업자 대출금리는 낮춰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인터넷은행 3사 로고.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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