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은행들이 저출생 지원을 위한 일환이라며 미혼 남녀 직원들의 솔로 탈출을 위한 행사를 잇달아 열고 있으나 행사를 통해 이어진 커플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참여 자체에 대한 부담이 큰 데다 인원도 제한적어서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지적입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지난 4월 '나는 SOLO-대체 언제까지!' 행사를 진행했으나 커플 매칭까지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여주기식인 것 같다"며 "아무래도 각 행에서 보도자료도 내고 공개적인 자리이다 보니 부담을 느껴 쉽사리 참여하기 어려워하고 참여하더라도 인원이 한정적이라서 커플까지 이어지긴 힘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경우 자율적으로 참가 신청을 받아 블라인드 평가를 통해 참가자를 선별 결정했는데요. 전체 참가자는 30명으로 각 은행별로 남성 5명, 여성 5명을 뽑는 데 그쳤습니다. 또한 행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만 진행했는데요. 이 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자기소개와 첫인상 투표, 팀별 활동, 단체 레크레이션, 로테이션 미팅, 저녁식사 및 최종 미팅 순으로 쉴 틈 없이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참여 은행 중 한 내부 관계자는 "소개팅이나 데이트 방송 프로그램에서 며칠간 걸쳐 하는 걸 하루 만에 다 하다보니 마음에 드는 이성을 고르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최종 커플 매칭이 되더라도 후에 잘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최종 커플이 매칭되고나서 알게 모르게 사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참여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실제 커플이 된 경우는 없다고 들었다"며 "각 행마다 아는 사람들도 많고 보는 시선들이 많다 보니 부담스러운 게 큰 것 같다"고 했습니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해 '슈퍼 쏠로'란 사내 데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마찬가지로 실제로 이어지는 경우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신한은행은 신한금융그룹 통합 앱인 '슈퍼쏠(SOL)'과 TV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솔로'에서 착안해 사내 데이팅 프로그램 이름을 지었습니다. 지난해 4월 제주도에서 4박 5일 촬영을 진행하고 사내 방송을 통해 방영했습니다.
신한은행도 직원들로부터 참가 신청을 받았는데 불과 남성 4명, 여성 4명이 참여하는 데 그쳤습니다. 신한은행 내부 관계자는 "4대 4 미팅인 건데 이걸 전체 직원들이 모두 볼 수 있는 사내 방송을 통해 방영하기 때문에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종 커플 매칭이 됐다고 해도 실제로 이어지기 부담스럽지 않겠냐"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결혼·출산 장려 등 사회적인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이 같은 행사를 개최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사회적인 흐름에 맞추더라도 저출생 지원, 결혼 장려를 위한 활동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며 "그런 관점에서 이런 행사는 좋은 취지로 기획한 것이고 아직 시행 초반인 만큼 다른 은행들과도 교류하면서 더 좋은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이 저출생 지원을 위한 일환이라며 미혼 남녀 직원들의 솔로 탈출을 위한 행사를 열고 있으나 행사를 통해 이어진 커플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나는솔로' 홈페이지 갈무리 캡쳐. (사진=나는솔로 홈페이지)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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